9龍할거 마감 3파전 유력 - 신한국당 競選 새 양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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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회창(李會昌)대표 시대를 맞은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경선구도가 결정적 변화를 맞게 됐다.

우선 군웅(群雄)이 할거했던 종전의 경선 도식이 깨지게 됐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李대표를 차기 후보로 사실상 지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관측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92년 민자당의 후보경선 때처럼 김영삼후보진영대 반金진영으로 양분화 현상을 야기할 가능성이 예견될 정도다.꼭 그렇지는 않더라도 자연스럽게 3파전쯤으로 압축될 전망이다.이런 경선 환경에서 그의 승리는 기약된 것이나 다름없

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이런 가정은 李대표가 한보사태와 김현철(金賢哲)파문을 잘 넘겨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있다.李대표가 이런 난제를 잘 해치우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대처할 경우 그는 지금까지 벌어놓은 명성과 인기를 한순간에 잃고'땜질용'으로 물러나야

할 위기에 직면할 수도 있다.

金대통령이 李대표를 기용한 배경은 현정부의 사활이 걸린 난국을 돌파하기 위한 카드라는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金대통령은 임기말 권력누수를 최대한 늦추고,적절한 시기에 자신이 선호하는 인물을 지지할 여건을 마련하기 위해 그동안 특정 예비주자의 선두등장을 극력 저지해온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일반의 지지도가 높은 李대표와 박찬종(朴燦鍾)고

문이 주된 견제대상이었다.특히 李대표의'대세론'을 차단하는데 역점을 두어왔다.

국무총리직에서 물러난 이수성(李壽成)씨가 해임 그날로 당고문에 투입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선택의 폭을 넓히자는 의도다.자력으로는 가망성이 없다고 자타가 인정하는 이홍구(李洪九)전대표가 경선참여를 피력한 것도 金대통령의 의

도를 간파한 소산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런 측면에서 金대통령이 李대표를 임명한 것은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전환이며 실제로는 李대표를 후계자로 지명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일반의 관측과 경쟁자들의 의혹.불만이 생기는 까닭이다.

李대표는 국민적 인기도에 반비례하는 당내 세력의 열세현상을 한꺼번에 뛰어넘을 수 있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것이다.

민주계에 강한 기반을 가진 최형우(崔炯佑)고문의 와병은 李대표 대세론을 좀더 빠르게 넓힐 것이다.李대표의 세확대를 저지하는 가장 큰 경쟁자였던 崔고문의 와병과 金대통령의 李대표기용은 민주계를 李대표쪽으로 몰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김덕룡(金德龍)의원이 물론 민주계의 새로운 구심점이 되겠지만 金의원이 똘똘 뭉친 민주계를 대표해 경선에서 李대표와 맞붙는 사태는 예견하기 어렵다.

문제는 다른 주자들의 대응이다.우선 합종연횡(合縱連衡)이 빨라져 이회창대 반이회창 진영으로 재편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예컨대 박찬종-이한동(李漢東)연합등을 상정해 볼 수 있다.

그러나 李대표쪽에 호의적이었던 김윤환(金潤煥)고문이나 이홍구.이수성씨등은 반李진영에 참여할 것같지는 않다.李대표-박찬종-이한동의 3파전에 김덕룡 변수가 지금으로선 예견되는 경선구도다.그렇지만'최대주주'金대통령이 李대표의 손을 든

형세다. 〈김교준 기자〉

<사진설명>

무거운 분위기

이회창 상임고문이 신임 대표로 선출된 13일 신한국당 전국위원회 연단에

대선 예비주자 박찬종.이한동.김윤환 고문(앞줄 오른쪽부터)이 무거운

표정으로 앉아있다. 〈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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