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TE 컨벤션에 가보니-줄리 황 영어컨설턴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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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98주년을 맞은 NCTE(National Council of Teachers of English) 컨벤션에 다녀왔다. NCTE는 유치부에서 대학원까지 영어의 교수·학습을 위한 협의회다. 매년 대형 컨벤션을 포함해 초·중·고등 및 대학별 분과 회의를 연다. 지난달 20일부터 4일간 열린 올해 회의에도 영어를 지도하는 현직 교사와 교수, 학교관계자, 교육을 전공하는 학생들이 모였다. 학교 현장에서의 수업 성공담 혹은 다양한 교수법과 이론들에 대해 회의에 참석한 교사들과 열띤 토론을 벌이며 읽기·쓰기활동 관련 세미나를 들을 수 있었다. 특히 초등 영어 쓰기에 대한 강연들을 들으면서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지도법을 활용했더라면 아이들의 사고의 폭이 넓어졌을텐데’ 하는 부러움과 반성이 교차했다.


KBS2TV 코비캔 자문위원, 초등영어일기 표현사전 저자

다양한 세미나 중에서도 인상깊었던 것은 루시 커킨스(Lucy Calkins)와 그의 동료들이 진행하는 시간이었다. 그는 다양한 이론서의 저자이자 한 대학의 읽기·쓰기 프로젝트의 책임자다. 그는 읽기와 쓰기의 연계성에 대해 이야기하며 “동일한 작품을 활용하라”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논픽션(Nonfiction)의 쓰기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같은 종류의 글을 그만큼 많이 읽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어떤 주제가 주어졌다면 그에 대해 줄줄이 여러 단어로 채워 써 내려가는 것이 아니라 ‘관점(Angle)’을 먼저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듣기에 참 쉬운 논리다. 하지만 실제로 교실에서는 쓰기 과제가 최대한 많은 분량의 ‘글자’를 써오는 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커다란 주제를 잡고 이를 좁혀 나가는 방법들은 배우기가 힘들다. 그렇다면 관점을 잡는다는 것을 아이에게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커킨 스는 한 권의 그림 동화책『Surprising Sharks』를 예로 들었다. 이 책의 큰 주제는 ‘상어’
지만 이 주제의 어떤 부분을 내세웠을까 묻자 관중은 모두 “surprising”이라고 답했다.

즉, 상어는 매우 놀랍다는 것을 세부 주제(Angle)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또 작가는 이야기속에서 독자에게 직접 질문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었다. 글이 단순히 서술만 해나가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었다. 논픽션의 글쓴이는 독자와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는 내용도 그렇거니와, 이를 아이들을 지도할 때와 동일한 방법으로 아주 쉽게 설명했다는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그렇다. 글의 길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아이들이 주어진 분량에 단어
를 채워넣기 바쁘다. 선생님들 또한 이를 바로잡아 주지 못할 때가 많다. 글쓰기에서는‘관점’이 중요하다는 것을 어릴 적부터 배울 수 있도록 배려하는 수업이 아쉽다. 물론 국내에서 어린이들에게 쓰기를 비중 있게 가르치는 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기계적으로 가르치고 또 배우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반성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읽기·쓰기를 좀 더 체계적으로 익힐 수 있는 다양한 교육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번 NCTE 세미나의 교훈이었다.

프리미엄 최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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