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보석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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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뇌물공여와 탈세혐의로 구속된 유명 영화사사장이 보석금 1억원을 내고 석방됐다.보통사람 같으면 3천만원 정도의 보석금도 많다고 하겠는데 현금 1억원을 선뜻 내고 석방됐다니 역시 재산가는 다르다고 얘기들을 한다.그러나 이 액수가 최고

기록은 아니다.지난해 4월 구속집행정지중 보석허가를 받은 한보(韓寶)정태수(鄭泰守)총회장은 보석금 2억원을 냈다.

보석금을 내고 인신구속을 정지받는 보석(保釋)제도는 형사범들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근대적 법률제도의 산물이다.구속기간중 또는 재판진행중에 인신구속을 면한 피의자 또는 피고인들은 자신의 무죄를 증명하기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무죄가

분명한데도 옥중에 구속돼 있어 그 무죄를 증명할 기회를 놓치는 억울한 경우를 막자는 것이다.

그러나 보석중인 피의자의 도주를 막기 위해서는 불가피하게 보석금을 높이 매겨야 하는데 이때 사회적 형평성의 문제가 일어난다.때문에 보석금은 범죄의 성질,정상,피고인의 재산상태를 고려해 매겨진다.95년1월 건축비를 허위산정하라고 공

갈한 한 호텔사장은 보석금 1억원 외에 8억원의 공탁금을 걸고 석방됐다.죄질과 재산상태로 보아 그 정도의 거액을 걸어야 도주할 가능성을 봉쇄할 수 있다고 법원은 생각한 모양이다.76년8월 록히드 뇌물사건으로 구속된 다나카 가쿠에이(

田中角榮)전일본총리는 2억엔을 냈다.

부자들은 그렇다 쳐도 소액의 보석금도 낼 수 없는 사람들은 어떡하나.우리의 사법제도는 이때를 위해 보석 보증보험제도를 마련했다.보석금의 1%만 보험회사에 내고 그 증서를 내면 보석허가를 받을 수 있다.

보석중에 도주하면 물론 보석금은 국고로 귀속된다.96년 애틀랜타올림픽 기간중에 북한 체조협회회장 장경남이 소년추행 혐의로 구속됐다 보석금 5만달러(당시 약 4천만원)를 내고 석방됐다.장경남은 보석된지 한달도 채 못돼 평양으로 돌아

갔다.애틀랜타법원은 6개월뒤 장의 보석금을 몰수했다.

물론 재범이나 도주의 염려가 있는 피의자는 보석이 허가되지 않는다.94년6월 전부인과 그녀의 정부를 살해한 혐의를 받은 O J 심슨의 경우가 그렇다.돈이냐 인격이냐,아무래도 보석금의 상승은 인권은 신장돼도 인격은 떨어지는 것 같아

개운치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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