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파문 - 초상집같은 與圈, '어떻게 대응하나' 大選구상도 손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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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신한국당은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차남 현철(賢哲)씨의 광범위한 인사개입등'발호설(跋扈說)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거의 초상집 분위기다.13일 전국위원회에서 새 대표를 선출하는등 전열을 가다듬고 그 기세를 살려 대선정국을 리드해 보

겠다는 구상도 어느새 사라졌다.이러다가는 당장 정권이 무너져 내리는게 아니냐는 식의 걱정까지 나오는 판이다.

그렇지 않아도 현철씨는 한보사태와 관련,야당으로부터 집중적인 공세를 받고있다.정국타개와 밀접한 한보 국조특위도 그의 증인채택 문제와 맞물려 진전이 전혀 안되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열린 신한국당 고위당직자회의에선 현철씨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고 한다.서청원(徐淸源)총무는“일부 언론에서 현철씨가 한보 국조특위에 출두해 증언할 것처럼 보도하지만 그럴수 없다는게 우리당 입장”이라고 강조했고 다른 고위 당직자

들도 이에 동조했다는 것이다.그러나 신한국당의 내부결정과는 상관없이 현철비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불과 몇시간도 못갈 결론이었던 셈이다.

한 고위당직자는“도대체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한보사태는 야당이 공세를 펴도 뚜렷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그나마 방어할 수 있었다”며“그런데 이번엔 인사 개입을 부인할 수 없는 녹음테이프까지 공개됐기 때문에 뭐라고 대응할 논리가 없다”고 고민을 토로했다.

신한국당의 또다른 중진의원은 “현철씨가 한보같은 특정사안의 배후비리로 지목되는 선을 넘어서 국정전반을 쥐고흔든 것처럼 알려지면 엄청난 국민적 저항을 불러올 수도 있다”며“앞으로 金대통령이 어떻게 국정을 운영하란 말이냐”며 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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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씨 의혹시비는 신한국당이 준비하던 향후 정국추스리기 일정 전체를 흐트러버린 듯하다.金대통령은 2월25일의 대국민사과담화 발표이후 고건(高建)내각의 발족등을 통해 민심수습의 가닥이 어느정도 잡히기 시작했다며 안도했던 것으로 알려

진다.13일로 예정된 여당대표의 인선은 국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고,그래서 이를 계기로 당정이 모두 일신한 면모를 내세우며 새 출발을 한다는 계획이었다.그런데 현철사태의 재발로 한꺼번에 모양을 구겨버린 것이다.

벌써 차기대표로 지목된 인사가“못맡겠다”며 거부하고 나서는 상황이 연출된다는 전언이다.

신한국당의 민정계 중진의원은 “9명이나 되는 경선 예비후보들이 일단 金대통령의 영향력이 제로가 돼버린 사실이 확인되면 어떤 행동을 하고 나설지 알수없다”며 “자칫하면 당이 사분오열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수 없다”고 걱정했다.

'소(小)통령'으로 불리던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는 이제 정부와 여당 전체를 최악의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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