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파문 - 전직 장관이 말하는 인사개입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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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부처 장관등을 지낸 전직 고위 관계자는 11일 김현철(金賢哲)씨의 광범한 인사개입에 대해 증언했다.이 관계자는“현 정부 출범후 金대통령의 인사에는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 비공식그룹이 따로 있다”며“김현철씨와 金씨의 장인인 김웅세

(金雄世) 롯데월드사장,야당시절 金대통령 후원자였던 K변호사등”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경제장관의 경우 김현철.김웅세씨가 주로 추천했으며 비경제부처등은 K변호사와 김현철씨가 영향력을 미쳤다”는 일종의 역할분담론을 제기했다.그는 “3인의 병립관계는 95년말 개각쯤부터는 현철씨가 독보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쪽

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가 지적한 3인은 모두 공직자가 아닌 대통령과 개인적 유대를 갖고 있는게 공통점.金사장은 金대통령과 92년 12월18일 저녁 호텔방에서 14대 대통령선거 개표상황을 지켜본 인물로 金대통령이 취임전'마음편한 대화'를 하고

싶을 때 줄곳 찾던 인사.비교적 덜 알려진 K변호사는 최근 아들의 회사가 포항제철 협력사로 선정돼 화제를 모았다.金사장이 나온 서울상대 출신이나 김현철씨가 나온 경복고.고려대 출신의 중용에 늘상 이들의 후원설이 따라 다닐만 했다.

金대통령의 당선 이후 현철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첫 사례는 92년말 인수위 구성 때부터 라는 것.이 전직장관은“현철씨가 인수위원 명단발표 전날 金대통령을 급히 찾아가'현재 거론되는 사람들로 하면 정권의 중심축을 보수성향 인사들이 차

지합니다.인수위의 등급을 한단계 낮춰 실무기구로 해야 합니다'라고 진언해 채택됐다”고 전했다.

이 전직장관은“金대통령이 현철씨와 상의하지 않은 인사(人事)는 갑작스런 경질요인이 생긴 때나 해당한다”며“그런 경우는 손꼽을 정도”라고 했다.대부분 연말 개각 때나 전반적인 당정개편 때는 현철씨가 미리 청와대 사정비서관을 통해 대

강의 윤곽을 그려놓았다는 얘기다.

그는 현철씨의 입김이 통하지 않은 사례로 94년 정재석(丁渽錫)전부총리의 사퇴 당시를 사례로 들었다.

이때도 현철씨가 발언권을 행사하려 했으나 金대통령이 무슨 이유에선지 보안을 지켜 무산됐다는 것.당시 金대통령은 丁전부총리가 신병을 이유로 갑자기 사퇴의사를 밝히자 후임에 홍재형(洪在馨) 당시 재무장관을 내정하고 마드리드 국제통화기

금(IMF)총회에 참석중이던 洪장관에게 급거 귀국지시를 내렸다.

이때 현철씨가 일찌감치 챙겨온 한 현직장관이 급히 현철씨를 찾아 구조신호를 보냈다.洪장관이 경제부총리에 기용되면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생길 것을 우려한 것이다.청와대에 달려간 현철씨가 金대통령의 의중을 떴으나 金대통령이 응대하지

않아 洪부총리 카드로 낙찰됐다고 한다.

이 전직장관은“어떻게 하면 유임될 줄 알지만 그러기 싫어 내버려뒀더니 금방 경질되더라”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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