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동력’ 중산층이 꺼지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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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직장은 괜찮을까, 애들 학원비를 줄일까, 보험을 해약할까… 내가 중산층 맞나?’

글로벌 경제위기의 한파가 불기 시작한 2008년 겨울, 초조하고 무기력한 ‘마음의 행로’다. 중앙일보가 9일 실시한 설문조사의 결과에는 요즘 중산층의 위기의식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자신을 ‘무늬만 중산층’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 조사연구팀은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880명에게 “당신은 어떤 계층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를 물어봤다. 계층은 상·중·하층으로 나눈 뒤 각 층을 다시 3개(상층의 경우 상의 상, 상의 중, 상의 하)로 구분함으로써 9단계로 세분화했다. 조사 결과 상층 1%, 중층 57%, 하층 42%로 나타났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중층 대 하층 비율이 7대2로 나왔다. 10년 전에 비해 중층 비율이 눈에 띄게 감소한 것이다.

이번 조사 결과의 특징은 중층과 하층의 경계선(중의 하와 하의 상)에 있는 한계중산층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2005년 12월에도 이번과 같은 방식·질문으로 설문조사를 한 적이 있다. 그래픽에서 보듯, 한계중산층의 비율은 3년 새 크게 늘어났다. 반면 생활이 쪼들리지 않는 핵심중산층(중의 상, 중의 중)의 비율은 내려앉았다. 한계중산층과 핵심중산층이 거의 같아진 것이다. 과거 10여 년간의 여론조사에서 두 층의 격차가 이처럼 근소했던 적은 없었다. 계층의식의 ‘하향분해(下向分解)’가 드러난 것이다.

한국사회학회 회장인 고려대 김문조 교수는 “사회에서 통용되는 중산층이 핵심중산층이고, 생활에 불안을 느끼는 저소득층이 한계중산층”이라며 “불과 3년 만에 한계중산층의 비율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사회의식적인 면에서 우리의 성장동력이 꺼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일자리 불안이나 건강에 대한 걱정이 자녀 교육 문제를 눌렀다. “지금 생활을 위협하는 가장 큰 사안이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물가상승-고용불안·실업-가족 건강-자녀 교육 순으로 답했다. 2005년에 비해 물가상승·고용불안이 껑충 뛴 반면 자녀 교육은 상대적으로 밀렸다.

김 교수는 “교육공화국인 한국에서 자녀 교육이 고용불안이나 가족 건강에 밀린 것도 의미 있는 대목”이라며 “코앞의 어려움 때문에 지위 상승의 열망이 꺾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 윤영관(외교학) 교수는 “정부는 경제위기의 한파에 그대로 노출된 빈곤층을 먼저 껴안는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며 “그것이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화로 실시한 이번 조사 표본은 할당추출법으로 선정했고 오차범위는 ±3.3%포인트다(응답률 17.4%).

이규연 기자, 신창운 여론조사전문기자

긴급제언 ‘중산층을 두텁게’

중앙일보는 2006년에도 연중기획으로 ‘중산층을 되살리자’를 실었습니다. 계층 양극화를 둘러싼 이념 논쟁에서 벗어나 통합과 수렴의 현실적인 대안으로 중산층을 택했습니다.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중산층이 흔들리는 2008년 12월, 우리는 이제 다시 중산층을 생각하려 합니다. 중산층이 두터운 사회는 건강합니다. 빈곤층을 껴안으면서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지혜를 다 함께 찾으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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