輿野 노동법 타결 내용 - 기업인수.합병땐 정리해고 不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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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동관계법 최종합의문안 작성과정은 막판까지 혼돈과 갈등의 연속이었다.무려 9시간의 릴레이회담 끝에 협상을 타결시킨 여야 협상대표들은 한편으론 후련해했지만 별로 개운한 표정은 아니었다.앞으로 재계와 노동계는 물론 소속당 내부에서 쏟

아질 비난공세를 걱정하는 기색이 역력했다.정부측 대표로 참석했던 진념(陳稔)노동부장관도 마찬가지였다.불만의 감정을 감추지 않았다.

7일에 이어 열린 이날 노동법 협상은 정부.여당과 국민회의의 신경전.줄다리기로 일관됐다.자민련은 중간입장에서 양자를 조정하는 형국이었다.

가장 대립이 심했던 부분은 역시 정리해고제였다.정부.여당은 정리해고제를 2년 유예한 마당이니 기업 인수.합병(M&A)의 경우도 반드시 정리해고조항 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정부.여당의 강경방침 배경은 은행을 염두에 둔 것이

었다.앞으로 금융개혁이 실시되면 은행간의 합병이 다반사일텐데 정리해고가 가능토록 해줘야 손쓸 여지가 있기 때문.그나마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그러나 야당은“기업이 이익을 남기면서도 해고를 목

적으로 합병을 할 경우에 대한 대책이 없다”며 삭제를 주장했다.이 조항은 야당 주장이 관철됐다.

여당 단독안에서는 병원.은행.시내버스.철도등이 다 직권중재 대상 사업장이었는데 협상안에서는 축소됐다.

병원과 한국은행만 중재대상으로 됐고 시내버스와 일반은행은 2000년까지 한시적으로만 중재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이 부분은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병원노련.금융노련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야당에 특히 부담이 될 대목이다.

나머지 조항들도 사사건건 대립하긴 했지만 서로 조금씩 주고 받으며 타결됐다.노조전임자에 대한 회사측의 임금지급은 앞으로 5년뒤부터 금지시키기로 했다.그동안은 임금지급 비율을 순차적으로 줄이고 부족한 재원은 정부와 노.사 3자가 기

금을 조성키로 했다.

이 부분은 재경원쪽에서 기금조성에 난색을 표해 끝까지 진통이 따랐다.대신 해고근로자의 조합원 자격은 야당이 요구한 대법원 판결이 날 때까지가 아니라 중앙노동위원회 판정때까지만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날 협상에서 여야 모두는 최선은 아니라도 차선은 얻은 것으로 평가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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