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을 가다] 中 '자원 블랙홀' 계속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1면

▶ 중국 장쑤성 장자강의 샤강강철 공장 야적장에 철광석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지난해 450만t의 철강을 생산한 샤강강철이 올해 말까지 1250만t으로 생산 규모를 확대하면 철광석 수요는 더욱 급증할 전망이다. [장자강=장세정 기자]

지난 15일 중국 장쑤(江蘇)성 장자강(張家港)시의 샤강(沙鋼)강철 공장.

창장(長江)변에 위치한 이 공장의 야적장에는 철광석.유연탄 등 원자재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그 한쪽에는 올 초 한국에서 중국으로 대거 유출돼 고철 파동을 일으켰던 철 스크랩(고철)이 가득했다. 원자재 대란의 진원지 중 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연간 450만t을 생산하는 이 철강회사(중국 12위)는 현재 건설 중인 대형 고로(高爐) 3기가 연내에 모두 완공되면 생산 능력이 1250만t으로 늘어나 중국 5위의 철강회사로 뛰어오른다. 공장의 몸집이 커지는 만큼 철광석.유연탄 등 원자재 소요량도 늘어나게 돼 있다.

지난 13일 톈진(天津)~베이징(北京)간 고속도로 주유소. 외국인 투자기업에 다닌다는 왕루이(35)는 "요즘 휘발유 가격이 치솟아 주유소 가기가 겁난다"고 했다. 王씨가 주로 사용하는 '97호 휘발유'(비등점에 따라 구분) 가격은 ℓ당 3.67위안으로 불과 한달 새 0.2위안 올랐다.

석유 소비가 늘면서 중국은 중장기적인 원유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중국 내 석유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과열 억제가 필요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안정적인 원유와 원자재 확보가 더 중요한 과제"라고 지적한다.

중국의 자동차 업계는 지난해 220만대였던 자동차 내수 수요가 올해 275만대로 늘어나고 올림픽을 치르는 2008년에는 401만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은 원래 원유를 자급자족하는 산유국이었다. 그러나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1993년부터 원유의 수입이 생산을 초과해 순수입국으로 돌아섰다. 박재익 한국석유공사 베이징사무소장은 "석유 수급 안정을 위해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원유 확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는 이미 중국석유(CNPC).중국석화(SINOPEC).중국해양석유총공사(CNOOC) 등 국영 석유회사들을 동원해 해외 원유 개발과 안정적 원유 수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은 해외 투자의 절반 가량을 해외 유전 매입에 쏟아붓고 있다. 중국은 해외 원유 개발을 통해 2005년부터 하루 150만배럴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와는 별도로 중국 정부는 2006년부터 1억배럴의 원유를 비축하기로 하고 지난해 말부터 전국 4곳에 대규모 비축기지를 건설 중이다.

여기다 원유 수입량을 지난해 하루 평균 192만배럴에서 올해는 220만배럴로 늘려 잡았다. 통상적인 원유 수입량이 늘어난 데다 비축유까지 사들이면 당연히 국제 유가는 오를 수밖에 없다.

중국은 최근 인도네시아는 물론 아프리카의 앙골라.콩고, 남미의 콜롬비아.페루 등으로부터 원유 도입 확대를 위한 협력사업에 나섰다.

과열 억제책을 펴고 있는 중국은 여전히 국제 원자재.원유시장의 블랙홀이었다.

텐진.장자강=장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