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故 김소운 외손녀 사와 도모에-북한 가요 연구로 석사학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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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사와 도모에(澤知惠.26)는 남북한 사이,한반도와 일본 사이에 가로놓인 눈에 보이지 않는 선(線)을 대중음악을 통해 지워보려는 일본 국적의 여가수다.

그는 대학때부터 북한 음악을 맹렬하게 연구해 일본에서 몇 안되는 북한음악 전문가 소리를 듣고 있다.

수필가인 고(故)김소운(金素雲)선생의 외손녀이기도 한 그는 피의 절반이 한국인이란 사실을 항상 자랑스럽게 여긴다.

-졸업논문이 특이한 테마라고 들었는데.

“95년 도쿄(東京)예술대 음악부를 졸업할 때'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북한)의 음악'이란 논문을 제출해 최우수논문상을 받았습니다.”

-북한음악을 논문테마로 정한 이유는.

“대학에서 재즈를 연구하다 92년9월 갑자기 북한음악으로 테마를 바꿨습니다.아버지 사와 마사히코(澤正彦)의 영향이 컸습니다.전후 처음으로 한국에 유학한 일본인 목사로 한반도의 기독교 역사를 연구하고 8년전'해방후의 북한'이란 테마

에 손을 대다 돌아가신 분입니다.내 피의 절반이 섞여있는'절반의 고국'한반도의 음악 중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북한 음악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논문을 쓰기 위해 북한쪽과 접촉한 적이 있는가.

“한번도 북한에 가본 적이 없지만 일본에 있는 조총련과 조선대학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북한 노래는 몇곡 정도 부를 수 있나.

“피아노를 치면서 부를 수 있는 노래가 6백여곡쯤 되는데 이념이나 체제와 연관된 노래라서 그런지 강렬한 힘이 느껴지는 곡들이 많습니다.”

-요즘엔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한국과 일본을 왔다갔다 하면서 노래를 부르고 있습니다.지난해 9월 대학로에서 첫 공연을 했으며,지난 24일에도 안국동의 일본문화원에서 공연했습니다.”

-24일 공연 때엔 어떤 곡을 불렀나.

“내가 작사.작곡한 노래 13곡등 15곡을 불렀습니다.처음엔 일본 노래를 금지하는 규정 때문에 할 수 없이 번역해서 불렀지만 차츰 한국의 팬들과 공감대를 갖는데엔 역시 한국말로 노래부르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떤 노래에 가장 애착이 가는가.

“'The Line'이란 노래는 남북의 선,남녀의 선,사랑과 미움의 선,인종의 선등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선들을 지워가야 한다는 메시지가 담겨있으며'Who am I'는 한국인과 일본인의 피가 섞여있는 나의 아이덴티티를 찾는 노래

라고 여겨집니다.”

[도쿄=김국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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