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軟착륙 美서 유도 필요- 미국 우드로 윌슨센터 해리슨 선임연구원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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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은 대북(對北)경제제재를 완화하고 북한을 너그러이 감싸안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워싱턴의 우드로 윌슨센터 선임연구원 셀릭 해리슨에 의해 제기됐다.해리슨은 북한을 다섯차례 방문했으며 김일성(金日成)도 두차례 면담한바 있

는 미국의 북한문제 전문가중 한명이다.다음은 '북한의 연착륙(軟着陸)촉진을 위해'라는 그의 논문을 요약한 것이다.이 논문은 3월초 발간되는 계간지 포린 폴리시 봄호에 실린다. [편집자註]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북한의 핵개발 동결에만 정책의 초점을 맞춘

까닭에 포괄적인 대북정책 추진에 실패했다.김일성사후 북한이 생존을

위한 변화를 시도하고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정책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는 상황에서 미국만 냉전적 사

고를 바탕으로 한 정책을 수립해왔다.미국은 남한내 군부와

보수정치인들의 주장에 볼모잡혀 유연한 대북정책을 구사하지 못했다.

북한은 김일성 말기에 이미 실용적인 정책도입을 검토했으며

김정일(金正日)도 체제생존을 감안할때 이같은 정책방향을 되돌리지는

못할 것이다.

다만 개혁을 가속화할 경우 치를 대가를 우려하는 북한 지도부내

목소리가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미국등 서방세계는 대북 경제제재를 지속함으로써 북한내

강경파들이 득세할 명분을 주어선 안된다.미 정부는 94년10월 북.미

기본합의에서 대북 경제제재 완화를 약속하고서도 이를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일본등 서방국가들은 미

정부의 미온적 태도를 이유로 대북투자를 주저하고 있다.북한당국은

미국의회의 인가를 거쳐야하는 제재완화조치 외에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풀 수 있는 조치들도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북한 연착륙이 미 국익과 일치한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미국과 우방들은

그 결과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미국은 북한붕괴가 불가피하다는

한쪽의 주장과 냉전시대 중국과 소련이 취했던 대북한 지원조치의

중간길을 가면 될뿐이다.

즉 미국은 양자간 차원에서 제한적인 대북 기술지원을 하고 북한의

경제발전을 지원하는 일은 다자간 창구를 활용하면

된다.유엔개발계획(UNDP)을 통한 지원책,북한의 아시아개발은행

가입지원,아태경제협력체(APEC)가입등을 묵인하면 된

다.미국이 인도적 차원의 대북 식량지원을 선도하면서 향후 몇년간이라는

시한을 설정하고 그 이후에는 자체개혁을 통해 식량난을 해결하도록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이미 무실화된 정전협정 또한 새로운 방안으로 대체해야 한다.북한군부가

예전에 이미 제의한바를 다소 수정해 북.미 군부간의 대화와 남북 군부간

대화를 병행하며 3자(者)가 조정위원회를 구성.운영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한국이 주한미군을 경제발전의 보장수단으로 간주하는한 한반도

긴장완화를 위한 남북간의 노력은 한계가 있다.미국은 주한미군 감축이나

철군일정을 제시해야 한다.그러나 주한미군 철수와 무관하게 미국의

대한(對韓)방위공약은 준수돼야 한다.

대한 방위공약은 중국과 러시아의 대북 안보공약과 연계될 문제다.

주한미군 철수를 가정해야 한국은 탈냉전시대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다.이때야 비로소 한국은 미국이 제공하는 방위력을 포기할

것인지,아니면 북한과의 진정한 화해를 추구할 것인지를 선택하게 될

것이다.

미국정부는 한반도 통일문제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하고 민감한

외교를 통해 한국과의 관계를 재조정해야 하는 어려운 시점에 놓여있다.

[워싱턴=길정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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