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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고 올림픽 30年·태권도 40年] 68. 나가노 겨울올림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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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나가노 겨울올림픽 리셉션에서 일왕 부부와 인사하고 있는 필자(右) 와 아내.

1998년 2월 일본 나가노(長野)에서 열린 겨울올림픽은 일본에서 두 번째이자 아시아에서 두 번째 열린 겨울올림픽이었다. 즉 아시아에서는 일본 말고 다른 나라는 겨울올림픽을 개최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10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가노는 일본 알프스와 시가고원을 끼고 있으며 적설량이 많아 스키장이 잘 개발된 곳이다. 나가노 올림픽은 세이부그룹이 앞장서고 일본올림픽위원회와 지방자치단체가 힘을 모아 유치한 대회다. 중앙정부보다 지방이 주축이 돼 신칸센 철도를 놓고, 고속도로를 만들고, 관광지 개발에 힘써 성공한 대회로 손꼽힌다.

나가노가 겨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것은 90년 IOC 도쿄 총회가 결정적이었다. 뉴오타니호텔에서 열린 총회에서 유치위원회는 IOC 위원들과 충분히 교제할 기회를 가졌다. 총회가 끝나자마자 IOC 위원 전원이 베이징 아시안게임을 참관하면서 함께 시간을 보냈고, 아시안게임이 끝난 뒤에는 나가노 방문으로 이어졌다.

2월 5일 개막식에는 일왕 부부가 참석해 개회선언을 했다. 선수단 입장 때 일본 스모선수들이 전통 옷을 입고 선수단 앞에 한 명씩 들어왔다. 스모를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넣으려고 노력할 때였다. 그날 저녁 일왕 부부가 리셉션을 주재했다. 왕비가 나를 보더니 “대마도에 갔더니 밤에 부산의 등불이 보이더라. 한국이 그렇게 가까운 나라인지 몰랐다”라며 상당히 친근하게 말했다. 한·일 관계가 경색될 때마다 그 말이 생각난다.

폴란드의 크바스니에프스키 대통령도 참석했다. 서울올림픽 당시 폴란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었던 크바스니에프스키 대통령은 나와 친구처럼 지낸 사이다. 크바스니에프스키 대통령이 “한국에서 민주 대통령이 당선돼서 개혁 소리가 많이 들리는데 처음 2년 안에 개혁을 해야 한다”며 “내 경험으로는 3년째가 되니 (개혁이) 잘 안 되더라”고 한 말이 인상적이었다.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2월 25일)을 앞두고 있었다.

나가노 올림픽에는 72개국에서 2176명의 선수단이 참가했다. 한국은 63명이 9개 종목에 참가해 쇼트트랙에서만 3개의 금메달(전이경·김동성·여자릴레이)을 땄고, 은 1개와 동 2개를 보태 종합 9위에 올랐다. 당시 김동성과 전이경이 골인할 때 ‘날 들이밀기’ 기술로 금을 딴 게 화제가 됐다. 남자릴레이에서 은메달을 딴 채지훈이 인터뷰를 할 때 떨떠름한 표정으로 “한국에서는 금메달 아니면 안 알아주지 않습니까”라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나가노 IOC 총회에서 현 IOC 위원장인 자크 로게가 처음으로 집행위원에 출마했다. IOC 위원이 된 지 5년 만이었는데 사마란치가 권유했다고 한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단 둘이 만났을 때 몽블랑 펜을 하나 주면서 “잘 부탁한다”고 했다. “정세가 좀 나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대답했다. 로게가 준 몽블랑 펜은 지금도 갖고 다니며 잘 쓰고 있다. 300달러 정도 되는 펜이다.

김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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