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아픈 한화 …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협상 지지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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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눈앞에 둔 한화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하나는 대우조선해양의 노조이고, 다른 하나는 치솟은 이자율이다.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은 상황에서 이런 문제가 부각됨에 따라 한화의 인수가 상당한 차질을 빚으리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노조의 저지로 실사가 지지부진하다. 한화는 지난달 산업은행에 3000억원의 이행 보증금을 납입하고 양해각서(MOU)를 교환한 뒤 이달 말 본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지만 제대로 된 실사 한번 못 해 봤다. 내년 3월 말까지 나머지 입찰금액을 납입하려면 인수금액 협상이 끝나야 하고, 이를 위해선 정확한 실사가 전제조건이다.

한화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본계약을 체결한 뒤에도 실사를 할 수 있다며 노조와의 협상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M&A 전문가는 “매매가격이 기재되지 않은 본계약서를 놓고 실사를 벌이는 모습은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평가했다.

현재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고용보장과 임금 및 단체협상의 승계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인수기념 성과급 지급, 우리사주조합 지원, 대우조선해양 보유 자사주(290억원 상당)를 노조원에게 분배하는 조건들을 내걸었다. 한화 측은 고용보장과 임단협 승계는 입찰 이전부터 약속했지만 나머지 조건에 대해서는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는 최근의 금융경색 상황에서 부쩍 높아진 이자율 때문에 고민 중이다. 시중은행들이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출을 늦추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한화 고위 관계자는 “우리에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국내외 은행은 여전히 많다”며 “그러나 10% 안팎의 높은 이자를 요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민연금과 접촉 중인데, 인수전이 시작하던 9월의 수익률을 그대로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입찰 경쟁이 개시되던 당시 재무적 파트너로서 가장 영향력이 큰 국민연금을 끌어들이기 위해 포스코는 8.5%, GS는 9.1%, 한화는 11%대의 보장수익률을 제시했다. 한화가 당시 이처럼 높은 수익률을 제시한 것은 국민연금이 포스코 또는 GS와 손을 잡는 상황만은 막아보자는 뜻이었는데, 이것이 한화에 부메랑이 된 셈이다. 10%의 이자율로 2조원을 빌린다고 가정하면 한 해 이자비용만 2000억원에 달한다.

국민연금도 급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김문수 팀장은 “수익률과 안정성을 따지면 건물 임대료만큼 확실한 게 없다”며 “요즘 싸게 나온 초대형 건물이 많아 이들 가격부터 두드려보고 있다”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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