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김종필 共助에 균열-대화채널 복원등 유화몸짓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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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대중(金大中)국민회의총재와 김종필(金鍾泌)자민련총재의 DJP공조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JP의 미묘한 행보 때문이다.지난 연말 최각규(崔珏圭)강원지사등의 연쇄 탈당사태로 대여(對與) 반감이 고조됐던 JP는 최근 여권쪽을 향해 적극적인 유화제스처를 보내고 있다.

21일의 국회 대표연설이 대표적 예다.JP는 준비된 원고에서'한보와 정권은 같은 피의자며 공범'이라는 대목의'공범'표현을 삭제했다.김현철(金賢哲)씨 문제도 한마디 언급하지 않았다.동시에 비판은 했지만 김영삼(金泳三)대통령에게 존칭

을 쓰며 예의를 지켰다.여러모로 국민회의 대표연설과는 대조를 보였다.

대여 대화채널도 복원됐다.JP는 최근 이수성(李壽成)국무총리.서정화(徐廷和)내무장관의 의례적 방문때 이례적으로 단독요담자리를 가졌다.신경식(辛卿植)정무장관이 청구동을 찾아갔고,김용환(金龍煥)사무총장이 김윤환(金潤煥)신한국당고문과

두차례 만났다는 설도 나돌고 있다.국민회의로선 신경쓰이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정가에는 여권과 자민련 양측간에 논의되는 화제가운데 내각제가 포함돼 있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이는 JP의 국회대표연설에서도 감지된다.그는“연내 내각제 개헌을 위한 여야대화”를 제의했다.종전 입장과 큰 차이가 담긴 발언이다.

JP는 지난해 11월14일“내년에는 여러 여건상 내각제 실현이 어렵다고 보여진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대선준비체제로 들어갔다.DJP공조를 통해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루고 15대 국회 임기말까지 내각제 개헌을 이끌어 낸다는 것이 자민련

의 대선전략이었다.

사실상 내각제 유보로 마음을 굳혔던 JP가 내각제 재추진으로 돌아섰음을 읽을 수 있다.

최근 일련의 JP횡보(橫步)는 한보사건이 결정적인 동기인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는 한보사태로 YS의 국정장악력이 떨어지고 민주계가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정국포석을 하고 있다는게 측근들의 분석이다.한 측근은'연내 내각제개헌'이 YS퇴임후의 안전보장책도 될 수 있다는 점을 JP는 강조하고 싶어하는

것같다고 귀띔했다.

여권 반응도 전과는 다르다.신한국당 일각에선 내각제 수용론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金대통령 주변 일부까지 긍정적 견해를 밝히고 있으며,이같은 분위기가 JP에게도 전해진 것같다.

국민회의도 DJP카드의 폐기가능성을 경계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가에선 야권이 공조하고 있는 인천.수원 보선이 끝나면 여야 3당간의 합종연횡 움직임이 가시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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