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빛나는 우아함 퍼스트레이디 스타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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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호 13면

불경기가 지속되는 요즘 ‘퍼스트레이디’ 스타일의 코트가 유행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최고의 디자이너 브랜드, 최고급 소재 등 전 세계 최고가 아니라면 ‘그녀’ 앞에 얼굴을 내밀 수도 없을 텐데,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퍼스트레이디 스타일이 유행이라니…. 자포자기에서 비롯된 사치와 쾌락의 전주곡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NO.

퍼스트레이디 스타일 특유의 ‘깔끔함, 단정함, 우아함’이 올겨울 코트가 가져야 할 3대 덕목이라는 표현을 좀 과격하게 했을 뿐이다. 현재 전 세계 많은 여성이 심취한 코트는 영원한 패션 바이블이자 우상인 1960년대의 재클린 케네디, 80년대의 다이애나비, 그리고 2000년대의 카를라 브루니 사르코지 룩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심플한 A라인과 H라인 코트다. 화려한 장식이나 눈에 띄는 디자인으로 꾸며진 유행은 실제 퍼스트레이디들에게도, 올겨울 코트에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퍼스트레이디 스타일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재클린 케네디의 7부 소매 스커트 슈트와 진주 목걸이와 오버사이즈 선글라스, 다이애나비의 테일러드 슈트와 각진 어깨의 파워 슈트, 그리고 재클린과는 참으로 비교되게 H라인 원피스와 베레모와 가는 벨트의 60년대 레트로 룩을 즐기는 카를라 브루니까지 패션에 민감한 퍼스트레이디들은 유행과 시대에 상관없이 모두 클래식 룩을 즐겼다. 그리고 증시가 폭락하고 부동산이 침체되고 세계 경제가 혼돈에 휩싸일수록 10년, 20년 넘게 입을 수 있는 클래식 아이템의 기본 라인과 심플한 디자인이 점점 부각되면서 퍼스트레이디 스타일로 연결되고 있다.

이번 시즌에 몰아닥친 ‘심플한 라인의 주가 상승’과 ‘화려한 디테일의 주가 하락’은 이미 예정된 바였다. 많은 디자이너는 앞다투어 재클린의 플랫칼라 혹은 라운드 네크라인의 단정한 A라인 코트, 다이애나비의 샤프한 빅 숄더 테일러드 코트 슈트, 그리고 카를라 브루니가 영국 방문 때 입었던(재클린과 다이애나비의 스타일과 비교하게 된 시발점) 디테일 하나 없는 베이식 라인의 코트처럼 A라인과 H라인의 코트를 주류로 선보였다.

여기에 몸에 딱 맞는 모직 원피스를 매치하고 코트 위로 블랙 벨트를 매주거나 완벽한 재단의 슈트를 코트 안에 매치하면 위에서 언급한 세 명의 퍼스트레이디식 코트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수십 년이 지나도 촌스럽지 않고 질리지 않는 클래식 라인의 코트로 경기 체감 한파를 이겨내면서 퍼스트레이디들만의 스타일링도 배워보는 센스를 발휘한다면 어느새 따뜻한 봄도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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