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미국비자 취득 어려워 원성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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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미국 비자를 얻기가 너무 어렵다는 원성이 아시아 지역에 번지고 있다.아시아 중산층들의 미국여행 수요는 늘어나는데 비해 이 지역 주재 미국공관의 비자 발급업무는 가난한 아시아인의 불법이민 차단에 중점을 둔 구태를 벗지 못했다는 비판

을 받고 있다.

미국 해외공관의 비자 발급 문턱이 높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구매력 있는 중산층이 두터워진 아시아 국가들엔 여간 불쾌한 일이 아니다.미국 비자를 얻는 과정은 미국여행객 급증 때문이기도 하지만 갈수록 짜증을 더한다.구비서

류가 많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불쾌한 대접을 받는 경우가 다반사다.

인도 주재 미국공관은 5만달러의 귀국보증금을 받고 비자를 발급한 일도 있다.미 국무부에 따르면 이민목적을 제외한 전세계 연간 미국 비자 신청 8백만건 가운데 4분의1 가량이 거부된다.

미국대사관들도 할 말은 있다.욕먹을 정도로 심사를 철저히 해도 한해 수천명의 불법입국자가 미국땅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것이다.캄보디아.필리핀처럼 정치적 불안이 심하고 소득이 낮은 나라일수록 비자신청 기각률이 높은 것이 무엇을 의미

하는지 되새겨보라고 반문한다.

하지만 지나치게 엄격한 비자 심사관행은 선의의 관광객들을 위축시킬뿐만 아니라 결과적으로 미국의 관광수입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관광전문가들은 경고한다.싱가포르.홍콩.호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너나 할것없이 관광객 유치를 위해 출입국

절차를 간소화해나가는 마당에 미국만 시대조류에 역행한다는 비판이다.

미국엔 지난해 4천4백80만명의 외국인 관광객이 다녀가 6백44억달러의 돈을 뿌렸다.외국인 불법체류자를 줄여 생기는 이득보다 수많은 잠재관광객들을 다른 나라에 빼앗기는 손실이 훨씬 크다는 것이 미 관광업계의 지적이다.실제로 대만의

경우 92년 한햇동안 미국으로부터 1만3천여건의 유학생 비자를 발급받았지만 2년뒤 9천여건으로 줄어든 반면 영국의 유학생비자는 같은 기간 약 2천건에서 4천건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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