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달러=900원대 진입 눈앞-어제 환율 880원 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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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달러=9백원 시대'가 오는가.달러 시세의 수직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면서 이런 예상도 나오고 있다.

17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 환율은 매매기준율 기준 8백75원보다 1원70전이 높은 8백76원70전에 첫 거래가 형성된 후 급등세를 거듭했다.외환 당국 관계자의 환율급등 우려 발언으로 한때 주춤했지만 8백80원에 장을 마감할 때

까지 달러시세는 줄곧 8백75원을 웃도는 초강세를 보였다. 〈그래프 참조〉

이에 따라 18일 고시될 매매기준율은 달러당 8백78원80전이 될 전망이다.지난 연말 기준으로 원화가치가 3.5% 떨어진 것이다.외환딜러들은'8백80원 돌파는 기정사실'이라고 보고 있다.'올 1분기 안에 9백원 진입도 시간문제'(

李寅炯 LG경제연구소 연구원)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달러시세 상승 요인과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그리고 향후 전망등을 정리해본다.

◇왜 오르는가=1차적으로는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화가 초강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이유는 올해 들어서도 한국의 무역수지적자가 계속 늘면서 국내 외환시장으로 들어오는 달러화 부족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여기에다 달러 강세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예상이 강해지면서 일부 기업이나 금융기

관들이 달러화 사재기에 나서는가 하면,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달러화를 파는 시기를 늦추는 바람에 시세 상승폭이 더욱 커지고 있다.외환 전문가들은 이같은 여러 요인이 단기에 바뀌기는 어렵기 때문에“달러화 강세 추이는 한동안 지속될 것”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9백원 시대가 되면=수출업계로는 일단 호재다.달러화로 표시되는 수출품의 가격이 떨어져 가격 경쟁력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다.고급 소비재를 중심으로 늘어나고 있는 수입 증가세도 한풀 꺾이게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채난으로 허덕였던 지난 85년에도 원화시세 하락의 덕을 톡톡히 봤다.86년부터 흑자 경제로 돌아서게 된데는 85년10월 달러당 8백93원40전에 이르는등의 환율 강세가 한몫 했었다.

그러나 일본과의 경쟁품목이 유난히 많은 우리 수출 구조상 달러화 대비 원화시세가 떨어지더라도 엔저가 계속되는한 큰 재미를 볼 수는 없다.17일 현재 엔화대비 원화 환율은 7백2원39전으로,오히려 연말기준 3.4% 절상됐다.

◇향후 전망=삼성경제연구소의 권순우(權純旴)박사는 국내 외환시장에 대해“자본시장 개방일정을 앞당기는등의 대책이 고려돼야 할 정도로 불안정하다”고 지적했다.원화급락을 둘러싼 부작용이 경상수지 개선이라는 이익을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외환 당국으로서는 마땅한 정책수단이 없는 상황이다.지난주에는 선물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매각하는등의 새로운 개입방법을 동원하면서 막대한 돈을 쏟아부었지만 달러화 강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무턱대고 보유 외환을 내다팔다가는 외채상환 불능상태가 올 수도 있다.또 달러화 매각에 따른 물가 부담도 고려해야 한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달러화가 설사 1천원을 넘더라도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면서 달러시세가 일단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달러당 1백24엔 수준인 달러-엔화 환율이 내림세로 돌아서기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박장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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