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푸르게><기고>이상호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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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우리나라의 하천관리정책은 시기에 따라 5단계로 나누어 살펴볼 수 있다.

하천법이 제정된 직후인 70년대 초의 하천관리는 재정능력.기술수준.시급성 때문에 호안(護岸)을 콘크리트 축조로하는 한편 하천의 직선화.하폭의 확대.바닥 준설등이 중심이 됐다.

치수(治水)와 이수(利水)에 중점을 둔 이같은 제1단계 하천정비는 홍수예방 효과는 컸으나 경관.친수(親水)환경 조성및 자연생태계 보전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2단계 하천정비로는 80년대 초 실시된 서울시의 한강종합개발계획을 들 수 있다.

이를 통해 잠실수중보 취수와 같은 수자원의 효율적 이용과 한강 둔치의 체육시설등 친수공간 확보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반면 인구증가.도시의 팽창과 연결되면서 하천 수질악화와 유지수량 부족이 나타나고, 교통문제 해결을 위해 일부 소하천을 복개해 도로.주차장으로 이용하는등 부정적인 측면도 나타났다.

생태계회복 中心돼야 90년대 중반에는 서울시내 양재천 하류.안양천 중류.여의천 일부를 자연형으로 정비하는 3단계로 접어들었다.

현재로서는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종래의 이.치수 개념에서 한단계 발전해 자연생태계 회복을 시도한다는 측면에서 대단히 고무적인 사업이다.

독일.스위스.일본등이 상당기간 연구.실험을 거쳐 나름대로의 정비방법을 정착시켰고 10여년 정도 이를 하천관리에 적용해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자연형 하천관리 단계를 거치는데는 이정도 기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다가올 하천정비의 제4단계는 하천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2단계 하천관리에 자연생태계 회복을 추구하는 3단계 관리방법이 접목되는 단계가 될 것이다.

이는 시민들의 하천공간 이용욕구와 하천의 자연생태계 회복을 위한 인식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때 가능하다.

외국의 경우 하천 생태계 복원에 시민들이 관심을 갖고 참가했기 때문에 하천공간에 자연생태 공간을 늘리는 것이 가능했다.

학계도 적극 관심을 하천정비의 제5단계는 복개한 하천 생태계까지도 회복시키는 미래지향적인 하천관리 단계라 할 수 있다.이는 정부 의지만으로나 시민운동 차원에서 해결될 일은 아니다.

정부의 경제적 뒷받침과 시민들의 자연생태계 회복 의식이 함께 작용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천정비 제2단계의 마무리와 제3단계의 시작단계에 걸쳐있는 지금의 우리로서는 자연형 하천관리를 시범사업으로만 그치지 말고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한다.

도시하천 생태계 회복에 시민.정부.학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노력하는 분위기 조성이 우선돼야 함은 물론이다.

이상호〈서울시정개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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