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樹木제거 생태계 해친다-장기간 안정된 상태 파괴 산사태 우려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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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서울시가 도시 미관개선등을 위해 지난해부터 추진해오고 있는 도시 환경림사업이 오히려 생태계를 망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도시 환경림 사업은 총 90억원의 예산을 투입,매년 9만평씩 3년간 아카시아.현사시.수양버들등'불량'수목을 잣나무.대나무.살구나무 등으로 대체하는 작업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이미 양천.송파구등 관내 지역 야산의 아카시아와 가로수중 현사시.수양버들등을'이미지가 나쁘다'거나'알레르기의 주범'이라는 이유로 벌목,다른 수종으로 대체하고 있다.벌목된 나무들은 보통 수령 20~30년 이상된 것들로 이미 나름대로 안정된 생태계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시와 구청측은 경사도등을 고려하지 않고 이들을 마구 베어낸 후 대나무등으로 대체 조림,큰 비가 올 경우 산사태등이 우려되고 있다.실제 서울 목동 용왕산은 45도 이상 급경사지역으로 경사지 인근 주민들은“대나무가 제대로 착근을 못한 상태라 해빙기 사고발생이 우려된다”고 불안해하고 있다.

서울시립대 이경재(조경학)교수는“아카시아는 척박한 토양에서 가장 잘 자랄 수 있는 수종”이라며“서울시내 야산등의 경우 대기오염이 심한데다 토심등도 얕아 오히려 아카시아만한 나무를 고르기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더구나 일부 대체 수종인 잣나무등은 북부지방이나 고산지대에서 잘 자라는 나무로 오히려 서울등 중부지방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국민대 김은식(산림자원학)교수는“꽃가루 알레르기의 주범으로 알려진 현사시의 경우 실제는 꽃가루가 아니라 씨앗에 불과하고 알레르기를 일으킨다는 보고도 없다”면서“설사 씨앗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해도 암나무만 베어내면 되지 수나무까지 마구 벌목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창엽 기자〉

<사진설명>

서울시가 20~30년된 아카시아를 마구 베어내 야산에 황토가 벌겋게 드러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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