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장엽 黨비서 망명 신중 대처-중국입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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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북한 노동당비서 황장엽(黃長燁)의 돌발적인 망명요청으로 중.
북한 관계가 양국 수교 이래 최대 고비를 맞고 있다.평양정권 수립 이후 최고위층 망명이라는 사건 처리의 키를 다름아닌 중국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이번 사건을 통보받은 이후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고있으며 한국측 협상대표단과의 접촉에서도 뚜렷한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특히 중국은 黃의 망명요청을 통보받은지 이틀이 지난 이날 현재까지 黃이 머물고 있는 한국영사관 에 당국자를 파견,본인 의사를 확인해달라는 우리측 요구에도 가부간의 응답을하지 않고 있다.黃의 의사를 확인하는 행위 자체가 黃의 정치적망명에 대해 중국이 적극적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일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라 는 지적이다.
하지만 내부적으론 이번 사건이 북한체제에 염증을 느낀 정치적망명이라는 사실에는 공감대가 형성돼있다고 중국측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때문에 북한측이 주장하는 납치설에 대해선 크게 신뢰감을 두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만일 중국이 黃의 한국행 망명을 저지한다면 한.중 수교,김일성(金日成)사망으로 한때 소원해졌다 이제 막 회복단계에 들어선 양국관계에 엄청난 탄력을 붙게 함으로써 40여년의 혈맹관계를 공고히 하는 결정적계기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 경우 연간 교역량이 2백억달러로 중국의 4대 교역국으로 부상한 한국과의 관계가 급속 냉각되는 부작용은 불가피하다. 중국 외교부가 난민처리가 주업무인 외교부 영사국을 제치고아주국으로 하여금 이 문제를 전담토록 한 것도 중국이 이번 사건을 얼마만큼 중시하고 고민스러워하는지를 보여주는 반증이라 할수 있다.
때문에 중국은 일단 섣부른 입장 표명은 자제한 채 시간을 벌어가며 일을 처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다시 말해 이번 사건 처리에 따라 중.북한,중.한국간 관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신중을 기한다는 입장이며 따 라서 黃의 망명처리 역시 장기화가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사진설명>망명에 쏠린 외신 황장엽 북한 노동당비서가 망명을 요청한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 영사부 건물 주위에 많은 외신기자들이 몰려 취재경쟁을 벌이고 있다.
[베이징=주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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