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파면 자원 쏟아져…앙골라서 '돈脈' 을 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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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대우인터내셔날(옛 ㈜대우) 이재혁(46) 앙골라 지사장은 최근 미수금 200만달러를 앙골라 정부에서 받아냈다.

2000여만달러 규모의 제지공장 등을 건설해주고 10년 넘게 못 받은 돈이다. 그러나 이 지사장은 2001년 이곳에 부임한 뒤 틈만 나면 지불 보증을 선 앙골라 중앙은행 총재 집으로 찾아갔다. 총재가 안 만나주자 그의 집으로 매일 출근하다시피 했다.

이지사장은 "대우그룹이 붕괴하고 회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한푼이 아쉬운 판에 200만달러를 앉아서 날릴 순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삼성물산 전지현(53) 앙골라 지사장은 연산 120만t 규모의 시멘트 공장을 짓기위해 분주하다. 앙골라 국영 석유공사인 소낭골(Sonangol) 등과 손잡고 3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해 내년 중 착공할 계획이다.

이때문에 전지사장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후진국처럼 앙골라 정부가 정치적 목적에 따라 인가를 안내줄 가능성이 있어서다. 전지사장은 "앙골라는 최근 국토 재건 공사를 활발히 하고 있어 시멘트 사업 전망이 매우 밝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궁이욱(51) 앙골라 지사장은 부임한 뒤 3년 동안 20억달러의 수주 실적을 올렸다. 해양석유 채굴설비로만 따낸 수주액이다. 앙골라는 아프리카 4위의 산유국으로 셸브론 등 석유 메이저들이 활발하게 원유 채굴사업을 하고 있어 궁지사장은 말라리아에 걸린 몸으로 개발 현장을 뛰어 다녔다.

앙골라는 한국에서 20시간 이상 비행해야 만 갈 수 있는 서남부 아프리카의 오지다. 1975년 포르투갈에서 독립한 이후 20여년간 내전이 끊이지 않아 경제도 어렵고 국민의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 600여달러에 불과하다. 말라리아와 에이즈(후천성 면역결핍증)가 만연해 상사맨들조차 근무를 꺼리는 곳이다.

그러나 이 나라에 진출한 상사맨들은 한결같이 "앙골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지하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아무도 모를 정도로 자원이 풍부하다고 지적했다. 원유는 파면 팔수록 쏟아져 나오고, 다이아몬드는 세계 4위의 생산국으로 올라섰다.

이에 따라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최근 측면 지원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통상교섭본부(본부장 황두연)와 공동으로 20여명의 민관 합동 사절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제1차 한.앙골라 경제공동위원회를 열어 상호 경제협력 증진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전지사장은 "시멘트 플랜트 공사에 역점을 두면서 앙골라 농업 현대화 사업에도 참여할 계획"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앙골라에서 할 일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궁지사장은 최근 현지법인 설립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까진 국내에서 채굴 설비를 만들어 앙골라지역에 공급했지만 법인이 설립되면 이 곳에서 직접 설비를 만들 계획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상주하면서 앙골라 지사장을 겸하고 있는 이지사장은 2400만달러 규모의 직업훈련원 건설과 대우중공업의 건설 중장비 판매를 모색 중이다.

루안다=김영욱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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