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가장 아름답게 구사하며 평면적.일상적 삶을 영원성의세계로 끌어올리고 있는 원로시인 미당(未堂)서정주(徐廷柱.82)씨.스스로 써서 발표까지 해놓고 잃어버렸던 시가 대거 발굴됐다.문학평론가 최현식씨는 이달 중순께 나올 평론 전문 계간지.한국문학평론'창간호에 미당시 15편을 발굴,소개했다. 1945~55년에 쓰여진 이 시들은 각종 신문이나 잡지에 발표됐으나 미당도 까마득하게 잊어버려 어떤 시집이나 전집에도 실리지 못했다.이 시절은 미당에게 있어서 식민지 지식인으로 원죄의식과 관능에 몸부림 치던 첫시집.화사집'의 세계 를 지나 동양적.불교적 영원성의 세계로 나아가던 때.때문에 미당 시세계의변용을 밝히는데 귀중한 자료적 가치도 지닌다. .그때에도 나는 눈을 보고 있었다./솔나무 나막신에 홍당목 조끼 입고/생겨나서 처음으로 세배가는 길이었다.//그때에도 나는 눈을 보고 있었다./만세 부르다가 채찍으로 얻어 맞고/학교에서 쫓겨나서 모자 벗어 팽개치고/홀로 고향으로 돌 아가는 길이었다.//그때에도 나는 눈을 보고 있었다./풍월(風月)팔아 술 마시고/좁쌀도 쌀도 없는 주린 아내 곁으로/황토재의 언덕을넘어가는 길이었다.//시방도 나는 눈을 보고 있다./거느린 것은 한떼의 바람과/형체도 없는 몇 사람 의 망령뿐,/인제는 갈데도 올데도 없는/미련한 미련한 운율의 실무조장이여.//눈을 보러 눈을 보러 온 것이다.나는/해마다 내려서는 내 앞에 쌓이는/하이얀 하이얀 눈을 보려고/까닭 없는 이 땅을 다니러 온 것이다.' 48년 2월24일자 평화일보에 발표한.눈'전문이다.천성적으로 타고난 시인의 심성을 그대로 그려보이고 있는.자화상'같은 시다. 그러나 하이얀 눈,순수,그리움만 바라보려한 시인에게 일제와 좌우익 대립은 무언가를 강요했음을 이 시는 또한 내비치고 있다.좌우 대립의 폭발점인 6.25를 맞아 미당은 거의 반 미친 상태에 빠졌다. 공산당이.너를 죽이겠다'는 환청에 시달리며 자살까지 하려다 청마 유치환 시인의 도움으로 통영에 내려가 휴양하며 가까스로 정신을 수습했다. 그리고 나서.무등을 보며'나.상리과원'같이 온전한 평온,대긍정적 세계를 노래한 절창을 얻을 수 있었다..밤'.통곡'.춘향옥중가'.선덕여왕찬'등 이념의 혼란기,사회적 격동기에 쓰여졌다이번에 발굴된 15편의 시는 미당이 어떤 갈등을 거쳐 대긍정,영원성의 세계를 얻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시 발굴 소식을 접한 미당은“작품을 따로 스크랩하거나 모아놓지 않은 버릇 때문에 잃어버린 시를 반세기만에 다시 찾아줘 고맙고도 기쁘다”고 했다. <이경철 기자> 까마득하게 잊었던 시가 발굴돼 반갑다는 서정주 시인.이경철>
미당 서정주의 잃어버린 詩 찾아
중앙일보 지면보기 서비스는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최근 1개월 내
지면만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지면만 열람하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지면보기 서비스는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후 이용 가능합니다.
앱에서만 제공되는 편의 기능
- · 로그인하면 AD Free! 뉴스를 광고없이 더 깔끔하게
- · 속보는 물론 구독한 최신 콘텐트까지! 알림을 더 빠르게
- · 나에게 딱 맞는 앱 경험! 맞춤 환경으로 더 편리하게
개성과 품격 모두 잡은 2024년 하이패션 트렌드
Posted by 더 하이엔드
집앞까지 찾아오는 특별한 공병 수거 방법
Posted by 아모레퍼시픽
“차례상에 햄버거 올려도 됩니다”
ILab Original
로맨틱한 연말을 위한 최고의 선물
Posted by 더 하이엔드
데이터로 만들어낼 수 있는 혁신들
Posted by 더존비즈온
희귀질환 아이들에게 꿈이 생겼습니다
ILab Original
ADVERTISEMENT
ADVERTISEMENT
메모
0/500
메모를 삭제 하시겠습니까?
중앙일보 회원만열람 가능한 기사입니다.
중앙일보 회원이 되어주세요!회원에게만 제공되는 편의 기능이 궁금하신가요?
중앙일보 회원이 되시면 다양한 편의 기능과 함께 중앙일보만의 콘텐트를 즐길수 있어요!
- 취향저격한 구독 상품을 한눈에 모아보고 알림받는 내구독
- 북마크한 콘텐트와 내활동을 아카이빙하는 보관함
- 기억하고 싶은 문구를 스크랩하고 기록하는 하이라이트/메모
- 중앙일보 회원에게만 제공되는 스페셜 콘텐트
알림 레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뉴스레터 수신 동의가 필요합니다. 동의 하시겠어요?
뉴스레터 수신 동의
중앙일보는 뉴스레터, 기타 구독 서비스 제공 목적으로 개인 정보를 수집·이용 합니다. ‘구독 서비스’ 신청자는 원칙적으로 개인정보 수집 · 이용에 대해 거부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 동의를 거부 하였을 경우 이메일을 수신할 수 없습니다. 구독 신청을 통해 발송된 메일의 수신 거부 기능을 통해 개인정보 수집 · 이용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