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산업체 구조조정 칼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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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8일까지 전체 종업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자 50명 신청 접수. 통상임금 대비 6~30개월분 위로금 지급.”

현대차 1차협력업체인 덕양산업이 지난달 27일부터 사내게시판을 통해 낸 공고문이다. 전체 종업원 790여명의 6.3%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울산지역에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고 있다. 현대자동차가 이달부터 10%선(월 2만대)의 감산에 들어가고, 울산석유화학공단에 전기와 스팀 등 동력을 제공하는 한주의 공장 가동률이 30%로 떨어지는 등 울산지역의 주력 산업들이 세계적인 경기침체의 늪에 빨려든 여파다.

현대자동차는 1일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3공장을 제외한 모든 공장(울산 1, 2, 4, 5공장. 전주·아산공장)이 이달부터 주말특근(토요일 오후 5시~일요일 오전8시)을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평일 8시간의 정규근무시간 외에 2시간씩 추가로 일하는 잔업도 울산 1, 3공장과 4공장 야간조외에는 모두 이날부터 중단됐다. 레저용 차량을 생산하는 2공장의 경우 정규근무도 4시간으로 절반을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교육으로 대체하기고 했다.

현대차가 판매부진을 이유로 잔업·특근·정상근무까지 줄이기는 1998년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10년만에 처음이다.

현대차의 감산으로 납품량이 줄어들면서 1차협력업체인 덕양산업(운전석 계기판 등 생산)이 희망퇴직 공고를 냈고, 현대차 울산공장내 사내하청업체 사이에서도 10%선 감원 얘기가 나돌고 있다.

전국적으로 4000여개에 이르는 다른 1, 2, 3차 협력업체도 사정이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최대 석유화학 밀집지역인 울산석유화학공단도 한주의 가동률이 30%로 뚝 떨어졌다.

한주는 올 상반기까지도 가동률이 50%이상이었다. 한주는 입주업체들을 움직이는 스팀·전기·물 공급업체여서 한주의 가동률 하락은 전체 입주업체들의 어려움을 그대로 반영한다.

실제로 태광석유화학이 지난달 5일 울산 3공장 가동을 중단, 180여명의 근로자들이 휴업중이다.

SK에너지·효성·코오롱·동부하이텍·KP캐미컬·카프로 등도 수개월전부터 판로가 막혀 일부 공장 가동을 줄이거나 멈추고 근로자 대부분을 휴업·교육·공장정비 업무에 투입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는 공장 가동을 중단한 상태에서 통상임금만 지급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구조조정 없이 버틸 수 있을지 예측할 수 없는 분위기이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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