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헌재, 총리 사퇴 여부 오늘 결정 … 시위대 황 - 적 충돌 예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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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1일 태국 방콕 수완나품 국제공항에서 노란 셔츠를 입은 국민민주주의연대(PAD) 지지자가 국왕 부부의 사진을 들고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 [방콕 AP=연합뉴스]


태국 헌법(237조)은 정당 간부가 선거에서 위법행위를 하면 헌재가 소속 정당 해체와 함께 정당 간부들의 정치활동을 5년간 금지하는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위헌 결정이 나면 여당의 운영위원급 거물들은 대부분 향후 5년 동안 정치활동을 할 수 없게 된다. 솜차이 웡사왓 총리도 포함돼 현 정부는 자동 사퇴할 수밖에 없다. 반정부 시위대는 환영하겠지만, 친정부 시위대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속속 방콕 시청 앞으로 집결하고 있다.

◆“헌재 결정은 사법 쿠데타”=지난달 30일 밤 방콕 시청 앞 광장은 붉은색으로 물들었다. 방콕과 지방에서 온 UDD 회원 1만여 명이 쏟아낸 친정부 열기는 뜨거웠다. 연단에 오른 UDD 지도자 자투폰 프롬판이 외쳤다. 그는 국영TV 시사프로그램 진행자로 유명하다. “헌재가 여당을 선거 부정 혐의로 유죄 판결을 내리려 하는 것은 합법을 가장한 쿠데타나 다름없습니다. 여러분 인정하겠습니까.” 1만여 명은 한목소리로 “마이(노)”라고 답했다. 그는 계속해서 소리쳤다. “우리는 민주주의를 사수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습니다. 여러분은 태국의 민주주의 전사들입니다.” UDD 고문인 몽쿳(82)에게 무슨 의미냐고 물었더니 “2일 오후 헌재 결정 전에 10여만 명이 헌법재판소까지 몰려가 압력을 가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방콕 시청은 시위대 난입 등에 대비해 주요 서류를 모두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또 시청 주변 11개 공립학교에 대해 당분간 휴교령을 내렸다.

1일 오전 수완나품 공항에서는 점거 중인 반정부 시위대 5000여 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헌재 결정이 최후 승리의 날이 될 것이라고 규정하고는 자축하는 분위기로 가득 차 있었다. 잠롱 스리무랑 PAD 지도자는 “헌재 결정을 앞두고 친정부 세력들이 수류탄과 폭탄으로 무차별 공격을 하고 있으나 우리는 결국 승리할 것”이라고 지지자들의 단합을 촉구했다.

◆솜차이 총리 긴급 대피=북동부 치앙마이에 머물고 있는 솜차이 총리는 지난달 30일 오전 경호팀으로부터 긴급 정보를 전달받았다. 육군 장성 한 명이 12개 분대로 구성된 특수팀을 이끌고 자신을 체포하기 위해 작전을 개시했다는 내용이었다. 경호팀은 정보의 사실 여부를 떠나 시급히 관저에서 피해야 한다며 그를 특수 안가로 옮겼다. 경호원도 증원됐다. 이날 치앙마이에서는 붉은 셔츠를 입은 수천 명의 정부 지지자가 “공항을 점거하고 있는 시위대를 공격하자”며 총리에게 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치앙마이는 솜차이 총리가 이끄는 PPP의 정치적 기반이다. 그는 이날 오후 부근 사원을 방문해 국가를 위한 기도를 했다. 그러고는 치앙마이로 돌아가지 못하고 우돈 타니라는 곳으로 몸을 피해 이날 밤을 지냈다.

◆30만 명 아직도 발 묶여=태국 관광체육부 위라삭 코수랏 장관은 1일 “공항 점거 사태 후 각국이 전세기를 태국 내 군 공항으로 보내 자국민들을 수송하고 있으나 아직도 30만 명의 국내외 승객의 발이 묶여 있다”고 밝혔다. 한국인 1000여 명도 포함돼 있다. 한편 수완나품 공항 점거로 발이 묶인 88대의 해외 항공기가 30일 밤 10시부터 순차적으로 이륙 허가를 받아 방콕을 빠져나가고 있다고 공항공사 측은 밝혔다.

최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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