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머뭇거리는 한보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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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홍인길(洪仁吉).권노갑(權魯岬)의원 등에 대한 금품전달사실이드러나면서 한보사태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겉으로는 급진전되는 양상이다.여권 대선주자에 대한 혐의도 포착된 것으로 전해지는 등 뭔가 맥을 잡아가는 것 같은 느낌을 주고 있 다. 그러나 유심히 살펴보면 검찰수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갖게 된다.지금까지 드러난 수사결과는 변죽만 울리고 핵심근처에서 머뭇거리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하기 때문이다.은행장수사가 우선 그렇다.일반적인 수사관행대로라면 은행대출수사는 당연히 한보에 대한 특혜대출이 어떻게 시작됐느냐에서 출발해야 한다.그러나 검찰은 한보대출의 물꼬를 터 이번 사건의 핵심에 있는 이형구(李炯九)전산업은행총재에 대해선 이렇다 할 혐의를 밝혀내지 못했다며 귀가시켰다.연장 선상에 있는 현직 은행장2명만 구속했을 뿐이다.또 한보의 철강사업에 대한 인가과정 등정부의 총체적인 책임으로 지적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어떻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아직 한마디의 말도 없다. 정치권에 대한 수사도 마찬가지다.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돈을 받았다는 정치인들의 이름이 검찰밖에서 먼저 흘러나오고 있다.검찰이 수사기밀이라며 함구하고 있는 내용이 정부의 고위사정관계자의 입을 통해 보도되고 검찰은 뒤늦게 이를 시인하는 듯한자세를 취하고 있다.뭔가 알아냈지만 조심스럽다는 인상이다. 이같은 태도로 미뤄 우리는 검찰이 중심을 잃고,한계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전해지는 얘기로는 검찰이 이미 정태수.이형구씨 등의 조사를 통해 이번 사태에 관련된 정.관계 인사들의 명단을 광범위하게 확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에 따라 한보리스트 20명설,50명설 등이 전파되고있으며,구체적인 관련자 이름이 정치적 필요에 따라 조금씩 흘러나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이런 식으로 이뤄져서는 안된다.수 사가 정치에끌려간다는 인상을 줘서는 이번 사태를 제대로 수습할 수 없다.혼란만 불러일으킬 뿐이다.수사는 원칙대로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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