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과 돈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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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호 02면

매상(買上)하는 날입니다. 나뭇잎 날리는 찬바람이 매서운 날, 봄부터 가을까지 비와 바람과 햇빛에 울고 웃었던 농부가 참담한 마음으로 수매를 기다립니다.
“서울 사람도 매상하러 와? 나락이 뭔지는 알아?” “올 매상 값은 좋아요?” “좋긴 몽둥아리가 좋아…특등이 5만원, 일등이 4만8000원이니 이래 가지곤 안 돼. 비료가 6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올랐는데 말이 돼? 늙은 것들 죽고 나면 젊은 놈이 뻘 구덩이에서 농사짓겠어? 이젠 농사짓는 게 반팽이 자식 자랑하는 거나 다름없어.”

이창수의 ‘지리산에 사는 즐거움’

나를 반겨 주시던 미소는 사라지고 말을 할수록 점점 화가 나시는 것 같습니다.
종부세·FTA 등 쌀부대에 기대 이야기가 길어집니다. 컴퓨터 자판에 손가락 두드려 경제를 구렁텅이에 빠뜨리는 작금에 뻘 구덩이에 들어가 농사짓는 이들이 너무 참담합니다.

“실제 농사와 숫자 가지고 노는 놈들이랑 달라.” 배씨 아저씨의 말이 마음에 남습니다. 모두들 힘내세요.


농사꾼 사진가 이창수씨가 사진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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