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제리 양 퇴임 예정 … 경영 공백 틈타 M&A 불씨 살리기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90호 29면

꺼져 가던 야후 인수합병(M&A)의 불씨가 다시 살아났다. ‘기업 사냥꾼’ 칼 아이칸(72)이 풀무질을 하고 있는 게 확인됐다. 그는 지난주 야후 주식 6800만 달러어치를 사들였다. 지분은 4% 남짓에서 5.5%로 늘었다. 기관투자가를 빼고는 최대 개인 주주다. 경영에 대한 입김도 커질 전망이다.

칼 아이칸, 야후株 더 사들인 까닭은

아이칸의 지분 확대는 야후 내부의 권력 공백을 파고든 공세로 풀이된다. 창업자 제리 양(40)은 최근 경영 악화의 책임을 지고 최고경영자(CEO)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앞서 그는 아이칸이 주장한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합병에 거세게 반발했다. 인터넷 공룡 구글 등과 전략적 제휴를 해 독자 생존의 길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경기침체로 인터넷 광고가 줄어들면서 제휴 협상은 물거품이 됐다. 양은 CEO 사임을 택했다. 양이 이사직을 유지하긴 해도 아이칸의 눈에 야후를 제3자에 팔아넘기기 딱 좋은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요즘 야후 이사회는 새 CEO 물색에 여념이 없다. 정보기술(IT) 기업 출신이 아닌 후보자 몇몇을 인터뷰했다. 올 연말이 돼야 차기 CEO가 결정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보도했다. 이사회 멤버인 아이칸은 특별히 CEO 후보를 천거하지 않고 있다. 대신 조용히 지분을 늘렸다. 힘을 비축해 ‘결정적 순간’에 행사한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아이칸은 올 상반기에 주당 25달러 정도를 주고 야후 주식을 대거 사들였다. 양이 지난 2월 MS의 합병 제안을 거부하자 그를 상대로 지분 싸움을 하기 위해서였다. 주주의 이익을 무시하는 양을 경영진에서 축출하기 위해 과감히 결투를 신청한 것이다.

아이칸은 지난 여름 주주총회에서 이사 선임을 놓고 제리 양과 치열하게 경쟁했다.

하지만 무승부였다. 마침 MS가 합병 카드를 거둬들였다. 아이칸은 자신과 대리인 2명이 이사 자리에 오르는 것에 만족해야 했다. 합병이 흐지부지되자 야후 주가는 빠르게 떨어졌다. 아이칸 혼자 10억 달러에 가까운 손실을 봤다. 따라서 아이칸의 지분 추가 매입은 물론 ‘물타기’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물타기는 주가가 떨어져 손실이 크면 주식을 더 사들여 매입 단가를 낮추는 방식으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줄이는 테크닉이다.

WSJ는 아이칸이 MS·야후 합병에 미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MS가 두 차례 합병을 추진했다가 뜻대로 되지 않아 포기했는데도 말이다.

아이칸은 지난여름 MS 경영진을 설득해 다시 합병을 추진하도록 한 적이 있다. 이번에 야후 이사회가 합병에 호의적 CEO를 선택한다면 아이칸은 다시 한번 MS 경영진을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돌아가는 상황은 과거 어느 때보다 아이칸에게 유리하다. 야후 주가는 올해 초와 견줘도 50% 이상 하락했다. 야후 경영진이 경영 위기를 돌파할 뚜렷한 해결책을 내놓은 것도 아니다. 포브스는 “주주들의 불만이 하늘을 찌를 듯하다”고 29일 전했다. 시장은 벌써 M&A 재료를 반기는 것 같다. 아이칸 지분 확대 소식이 공개된 28일 야후 주가는 0.93달러(8.97%) 뛰어 11.51달러에 이르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