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원이 들어간 한보그룹의 당진제철소 건설과정에서 일부 자재금액을 시가보다 1백배 이상 부풀리는등 기상천외한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한보 직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또 정태수(鄭泰守)총회장이 사용한 비자금을 일반비용으로 처리하기 위해 그룹본부가 직접 각 계열사에 비자금을 할당하고 계열사들은 이를 회계조작을 통해 처리하는 등 상당수 계열사가 비자금 조성에 조직적으로 참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5월 완공된 당진제철소 A지구 건설에 참여했던 한보철강 건설본부 구매담당자는“공사가 막바지에 이른 94년말 구매관련 서류에 형광등 6개를 교환하는 전기시설공사비가 무려 6백50만원으로,시가 30만~40만원 하는 286급 컴 퓨터 구입비가 3천5백만원으로 각각 기록돼 있었다”고 밝혔다.그는“설비및건축.토목 비용중 상당액이 지나치게 높게 매겨지거나 가짜로 만들어지는등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한 회계담당자는“건설비 총액의 절반을 차지하는 근로자들의노임과 중장비 사용료의 중복지출이 94,95년도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증언했다.즉 10명의 인부를 고용하고도 회계장부에는 미리 준비한 다른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이름을 기입해 50명분의 노임을 지출하는가 하면 중장비 대수를 몇 배씩 늘리는 수법으로 노임.장비 사용료를 실제보다 크게 부풀렸다는 것이다.또 다른 한보철강 관계자는“전기로.압연설비등 제철관련 주요설비는 고위층에서 시설을 공급할 특정회사와 총액을 이미 결정해 버려 단가.품목에 대한 협상절차가 완전히 무시됐다”고 밝혔다. 규모가 큰 설비를 들여올 경우 각 회사가 제출한 견적서를 토대로 특정회사를 결정한 뒤 단가.품목등에 대한 충분한 협상을 거치고 가계약→자금조달→은행측에 신용장(LC) 개설의뢰→본계약체결→신용장 개설의 순서를 거치는게 일반적 절차 .그러나 한보철강의 경우 이미 특정회사와 총액이 결정된 상태에서 본계약 체결 이전에 LC가 개설돼 시설공급회사가 원하는 가격대로 대금을지불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설비 도입시 이처럼 협상절차 없이 이미 설비비용의 총액이 결정되는 경우는 드물다.시설공급회사와 모종의 이면계약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한보그룹 계열사의 회계담당자는 또“일반비용 외에 수십억대의 경비가 지출되는 경우가 잦아 이중 일정액을 각 계열사에 할당한뒤 회계조작 과정을 거쳤지만 회계경로가 복잡해 전체 비자금규모는 추산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김준현.최준호 기자〉
<한보파문>장부 조작 비자금 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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