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떡값'이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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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한보의 정.관계로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면서.떡값'얘기가 맨먼저 흘러나오고 있다..검찰관계자에 따르면'이라는 수식어와.알려졌다'는 술어(述語)가 붙은 이들 소식은 검찰이 정태수(鄭泰守)총회장으로부터 명절이나 연말에 여야의원들에게 떡값이나 인사치레로 1백만~5백만원씩 건넸다는 진술을 받았다는 것이다.이와함께 한보와 무관함을 강조해오던 정치권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후원금으로 한보로부터 수십만~수백만원을 받았다고 공공연히 밝히고있다는 말도 들린다. 물론 검찰수사가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떡값소식을 접하면서 우리가 느끼는 것은 혹시 수사방향이 굴절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우리는 이미 91년의 수서사건을 통해 그같은 경험을 갖고 있다.당시 검찰은 정치권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자 사 건의 핵심은외면한채 돈받은 일부 여야의원 등을 구속하는 선에서 수사를 마무리했었다.택지특혜공급을 대가로 1백50억원이라는 비자금이 대통령에게 전달된 사건의 본질은 4년이 지난뒤 노태우(盧泰愚)비자금사건 때에야 밝혀졌고 검찰의 신뢰 는 진창에 떨어졌다. 이번 특혜금융사건은 鄭씨의 로비행태 등 여러가지 면에서 수서때와 닮은 꼴이지만 검찰의 수사여건은 당시와는 다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취임 이후 어느 누구로부터도 한푼도 받지 않았다고 공언해 왔다.또 이번 사건에 대해 단호한 사 정의지와 함께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그렇다면 검찰이 고려(?)해야 할 아무런 장애도 없는 셈이다. 정말 명절 떡값정도의 것이라면 그 부분에 대해선 검찰이 아예손을 대지 않는 것이 좋겠다.그것은 오히려 시간낭비일 뿐이다.이 바쁜 시간에 행여 검찰이 떡값문제에까지 미련을 갖는다면 자칫 사건의 본질을 희석하려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도 있을 것이다. 이번 사태의 핵심은 거듭 강조하거니와 5조원이라는 거액융자와 관련된 권력실세 등의 외압이며 정치적 배경이다.또 국민들이 느끼는 좌절과 분노는 사태의 실체적 진상이 밝혀지지 않는한회복되기 힘든 상황이다.검찰이 사태의 본질에 수사력 을 집중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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