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퇴직자들 불안한 앞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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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경기침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말이 명예퇴직이지 개중에는 .자의반타의반(自意半他意半)'으로직장을 그만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최근 들어서는 한보사태까지 겹치면서 앞으로.명퇴자'수가 얼마나 더 증가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명예퇴직 대상자중 당장 다른 직장이나 사업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막상 집에서 며칠 지내다 보면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다. 당장은 명예퇴직금이 있어 생활은 꾸려나갈 수 있지만 한정없이까먹을 수도 없는 형편이고,더욱이 커가는 자녀 양육비등 현실적인 문제들이 심각한 걱정거리로 다가온다. 따라서 직장을 새로 구하거나 사업을 시작하는등 어떤 형태로든다시 생활전선에 나서야 하는 것이 명예퇴직자의 현주소다. 지난해 7월부터 지급되기 시작한 실업급여 추이는 최근.직장 잃은 사람'이 얼마나 늘어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시행 첫달 4백88명에 불과하던 실업급여 신청자가 11월을 제외하곤 매월 30%씩 증가해 지난해 12월엔 2천7백67명으로 늘어났다.신청자중 과반수(55.3%)가 30~49세였고,신청자들의 이직사유중.권고사직 '이 38%로 가장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래프 참조〉 이들의 주관심은 크게 두가지.하나는 새 직장이고,다른 하나는 .명예퇴직금'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사업가로 변신하느냐는 것이다. 명퇴자들은 대개 적게는 1년에서부터 많게는 5년치의 본봉에 해당하는 특별상여금을 퇴직금에 얹어 받는다. 근속연수에 따라 결정되는 명퇴금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3천만원대에서 수억원까지로 추정된다. 월급쟁이 입장에서 결코 적은 돈이 아니지만 자칫하면 생활비로야금야금 까먹을 수도 있고,사업을 벌이다 실패해 한꺼번에 다 날리는 경우가 적지않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명예퇴직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또 이를 어떤 사업에 투자하느냐가 남은 인생의 승패를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가 된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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