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자니 황당 무시하자니 찜찜 증시루머 신빙성 논란 재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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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증시에 부도설이 끊이지 않던 한보철강이 결국 쓰러지자 증권계루머의 신빙성을 두고 논란이 한창이다. 루머가 결국 괜한 기업 하나를 잡았다는 비판론과,.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어느정도 근거가 없고서야 루머는 아예 생기지않는다는 인정론이 서로 대결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루머 끝에 결국 부도를 내고만 기업은 최근에만도 유원건설.우성건설.건영등.결과적으로 보면 이들 기업에 대한 부도설은 정확히 들어맞은 셈이다.그러나 비판론자들은 상당수의 기업이 제2금융권과 사채(私債)시장 의존율이 높은만큼 악성루머 로 회복불능의 상처를 입기란 매우 쉬운 일이라고 보고 있다. 이들은 “일단 자금사정이 나쁘다는 루머가 돌면 가만있던 종금사나 사채업자들마저 어음결제를 요구,웬만한 기업은 자멸할 수밖에 없다”면서 악성루머 단속필요성을 지적한다.(S증권 투자분석팀장등) 그러나 루머는 시장에서 놓쳐서는 안될 정보를 담고 있다고 지적하는 세력이 더 많다. 부도설이 퍼지는 기업은 나름대로 곪은 구석이 있게 마련인 만큼 루머 대장에 오른 경우 경영진은 물론 투자자들도 신중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우선.루머의 도마'위에오른 기업들은 공시.기업설명회(IR)등을 통해 처한 상황을 적극 설명해나가는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92년 느닷없이 부도설에 휘말려 큰 곤경을 겪었으나 그룹 핵심부가 직접 나서 팔을 걷어붙이고 상황을 진지하게 설명한 덕택에 자금난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삼미가 그 좋은 예. 그러나 한보는 올들어 부도설이 확산되자 이같은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자금악화를 전망한 외국계 증권사 직원을 검찰에 진정,수사를 받게 했다. 투자자들 역시 부도설에 휘말린 기업의 내재가치를 다시 따져볼필요가 있다. 한보철강의 경우 지난해 하반기 이후 계속 부도설이 나돌았지만주가는 오히려 오름세를 타 12월초 주가는 연중 최고수준인 1만1천원대로 뛰었고 한때 주춤했던 주가는 올들어 다시 연말보다더 오르기 시작한 것. 설마 한보가 망하겠느냐는.믿음'이 지나쳐 부도설을 완전히 외면한 셈이다. 결국 이번 한보부도사태로 투자자들은 일단 루머가 유포되면 그진의파악에 촉각을 더욱 곤두세워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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