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담배광고와 흡연욕구 무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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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유럽에선 담배광고를 금지시키는게 유행이다.터키에 이어 벨기에가 오는 99년부터 담배광고를 금지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담배광고의 금지는 흡연을 줄이지도 못하면서 이와 관련된 일자리를 줄이고 보다 안전한 담배를 개발하려는 노력을 제한시킬 뿐이다. 노르웨이와 핀란드는 이미 몇년째 담배광고를 금지시켜 왔지만 흡연자수가 오히려 늘어났다.반면에 최근 수십년간 담배광고를 허용해온 영국과 네덜란드는 흡연이 감소했다.결국 광고와 담배소비는 별 상관관계가 없다는 얘기다. 최근 영국의 NTC사가 펴낸 연구결과에 따르면 광고금지는 효과가 없거나 거꾸로 흡연을 조장하는 반작용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식적으로 보면 광고가 순진한 소비자들로부터 쉽사리 수요를 창출할 수 있고,따라서 광고를 금지시키면 그런 수요를 줄일 수있을 것 같다.그러나 담배같은 성숙시장에선 광고가 전체 수요를늘리지 못한다.담배광고의 금지는 전체 담배소비 를 줄이기보다는흡연자들이 다른 담배를 선택할 폭을 낮출 뿐이다. 이런 증거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담배광고만 없애면 청소년들의 흡연을 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그러나 영국정부는 담배광고가 실제로 청소년의 흡연을 유발한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고결론지었다.지난 91년 유럽연합 청소년을 대상으 로 한 조사는또래 집단의 압력이 흡연을 시작하게 된 이유의 60%를 차지하는 반면 광고의 영향은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독일의 한 연구소는“청소년들은 이미 상습적으로 흡연하게 됐을 때야비로소 담배광고를 인식하게 된다” 고 밝힌다. 심리적으로 청소년들은 금단의 열매에 더 호기심을 갖게 된다.실제로 핀란드에서는 지난 79년 담배광고를 금지시킨 이래 18세미만 청소년의 흡연이 7%가 늘었다.청소년들의 우상이 담배 피우는 모습을 보이거나 담배회사가 운동경기를 후원 하는 것이 광고보다 청소년들의 흡연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담배광고의 금지는 담배회사들이 몸에 덜 해로운 담배를 개발하려는 노력도 감퇴시킬 수 있다.광고금지에 따른 경제적 문제도 있다.벨기에에서 담배광고가 금지될 경우 이와 관련된 6백50명분의 일자리와 1억달러정도의 시장이 사라질 것으로 추산된다.정치인들은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광고금지에 반대하면 흡연지지자로 몰릴까봐 몸을 사린다. 담배광고 금지를 입법화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손쉬운 선택이긴 하겠지만 실제 흡연을 줄이지는 못한다. 유럽의 정치인들이 담배의 해악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12억달러에 이르는 담배생산 보조금부터 없애야 할 것이다. 〈로저 베이트 런던 경제문제연구소및 케임브리지대 경제학 교수기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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