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파문>계열사등 압수수색 표정-핵심자료는 빼돌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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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8일 오전 일제히 실시된 한보그룹 계열사와 정태수(鄭泰守)총회장 일가의 자택등에 대한 압수수색은 한보측이 핵심자료를 미리 빼돌려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그러나 이날 2.5트럭 한대분의 장부등을 압수,한보와국세청 직원들의 지원을 받으며 밤샘 분류작업을 벌였다. 중수부측은 대출금의 이동등 자금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회계장부와 鄭총회장의 로비용.비자금 관련 장부'확보에 몰두하고 있다. 한 수사관은 압수물이 워낙 많아 분류작업에만 최소한 1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대치동 그룹본부부터 시작된 영장집행은 한보철강. 한보.한보에너지.상아제약등의 계열사까지 수색하느라 오후 늦게까지 진행.수사관들은 일단 서류봉투에 대차대조표와 주식양수.도계약서등을 넣은 뒤 이를 모아 사과박스에 담았고 직원들 은 사전에 준비한듯 요구자료를 클립까지 해 제시하자 수사관들이 놀라기도. …정보근(鄭譜根)한보그룹회장을 비롯,鄭총회장의 세 아들이 사는 서초구방배동 집에는 오전10시30분 수사요원 9명이 도착했으나 20여분간 문을 열어주지 않아 승강이.초인종 전원마저 끊고 접촉을 피하던 관리인들은 수사관들이“강제집행하 겠다”고 밝히자 철제대문을 열었으나 집안에는 가정부등 3~4명만이 지키고있었다. …鄭씨측의 요구로 보도진의 출입을 통제시킨채 수사관들은 1시간여동안 원근(源根.제약소그룹회장)씨가 사는 2층 청기와주택과 보근.한근( 根.금융소그룹회장)씨가 사는 3층짜리 빌라의 1,2층을 주로 수색.서류봉투 1개를 들고 나온 한 수사관은“회사관련 서류.영수증.통장.메모를 찾았지만 소득이 없다”며“이미 압수수색에 대비한 것같다”고 전언. …둘째아들인 원근(35.제약소그룹회장)씨가 살고있는 서울서초구방배동 2층주택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대형 철제금고가 발견되는 바람에 수사팀의 기대를 모았으나 내용물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판명.수사관들은 원근씨 집 2층 거실에서 가로.세로 50㎝ 크기의 철제금고를 발견,오후 늦게까지 금고열기에 매달렸으나 열어본 결과 텅 비어있자 허탈한 표정. …한보그룹 회계.경리장부를 압수,분석중인 검찰은 상당량의 자금관련 정보가 회사 주전산기에 입력돼 있어 이들 파일을 복사해온 뒤.범죄정보대책본부'수사관을 동원해 자료를 분석. 검찰관계자는“해커들의 범죄를 단속하기 위한 정보범죄대책본부 요원들이 방대한 전산자료를 분석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정보화시대에는 수사에도 정보전문가가 필수”라고 한마디. 〈사회부.경제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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