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폭락에 론스타 이익도 확 줄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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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매각액이 헐값이냐 아니냐를 따지는 것 자체가 애당초 무리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남대 정기화(경제학) 교수는 “가격이란 거래당사자들의 의지와 계약 당시의 경제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는 것”이라며 “매각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밝혀지지 않는 이상 거래의 내용에 법적 잣대를 들이댄 검찰이 질 수밖에 없는 재판이었다”고 말했다.


헐값 매각 논란이 본격화된 것은 2006년 론스타가 인수가격(주당 4244원)의 세 배가 넘는 주당 1만5200원에 보유 주식을 국민은행에 넘기려 했기 때문이다. 또 론스타가 지난해 HSBC에 넘기려 했던 가격은 이보다 더 높은 주당 1만8045원이었다. 나중에 HSBC는 이보다 낮은 1만2600원을 제시하면서 가격 재협상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주당 가치를 산정해 헐값 시비를 거는 것 자체가 금융시장에선 불합리한 일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국민은행이나 HSBC에 넘기려 했을 땐 주가가 높았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로 24일 현재 외환은행의 주가는 5500원에 불과하다. 지난해 지분 13.6%를 주당 1만3600원에 매각한 돈을 합쳐도 론스타의 보유지분 가치는 인수가격(2조1500원)보다 40% 늘었다. 달러로 환산한 보유가치는 35% 느는 데 그쳤다. 원-달러 환율이 론스타 인수 당시 1177.5원에서 이날 1513원으로 급등했기 때문이다.

만약 론스타가 중간에 지분을 팔지 않고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면 달러로 환산한 론스타의 보유지분 가치는 오히려 17% 줄게 된다. 더구나 론스타가 사들였던 외환은행과 지금의 외환은행은 재무구조나 기업가치가 완전히 다르다. 론스타 입장에선 2003년 외환은행을 헐값에 산 게 아니라 되레 바가지를 쓰고 샀다고 주장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거래가격이란 특정 시점에서 사법적 판단을 내리기 힘들다는 뜻이다.

물론 론스타는 그동안 외환은행의 배당을 통해 투자원금의 85.4%를 회수했다. 그러나 회사가 장사를 잘해 배당금을 많이 준 것과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어떻게 바뀌었는가는 다른 차원의 얘기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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