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법 사태 관련 정국 혼선-청와대.黨지도부에 비난 화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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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노동법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여야는 영수회담 후속조치로 노동관계법.안기부법 재손질 작업에 나설 예정이나 아직 협상준비로 진통을 겪고 있다.특히 여권은 영수회담이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집권말기 정국운용구상이 헝클어 진데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당장 신한국당에선 22일 각종 회의를 통해 지도부 성토가 이어지는등 내부 불만이 일제히 표출됐다. [편집자註] 신한국당은 22일 무려예정이나 아직 협상준비로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여권은 영수회담이후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집권말기 정국운용구상이 헝클어진데 따른 심각한 후유증을 겪고 있다.당장 신한국당에선 22일 각종 회의를 통해 지도부 성토가 이어지는등내부 불만이 일제히 표출됐다.
국민회의.자민련은 대여공세의 수위를 둘러싸고 이견 조율에 한창이다.[편집자註] 신한국당은 22일 무려 5번의 회의를 했다.오전에 이홍구(李洪九)대표 주재로 열린 고위 당직자 회의에서부터 당무회의,신임 시.도 의회 의장단 간담회,원 내 상임고문단회의,의원총회등.회의에선 각종 불만과 비판.건의가 쏟아졌다.
특히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선 당지도부는 물론 청와대까지 겨냥한 강도높은 비판까지 나왔다.
김용갑(金容甲.밀양)의원은“재심의니 재개정이니 하는 용어에 구애받지 말고 우국충정의 자세로 발가벗자”고 했다.복수노조와 정리해고.변형근로제등 쟁점 사항들에 대해 모든걸 다 양보하자는논리다.金의원은“민심을 수습하려면 대승적인 자세 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윤성(李允盛.인천남동갑)의원은“과정이 비민주적이었다.고위당직자회의.당무회의등 회의가 많은데(지도부가)의원 개개인한테 의견을 구해본 적이 있느냐”고 신랄하게 비판한뒤“당운영을 민주적으로 해달라”고 말했다.
안상수(安商守.과천-의왕)의원은 비난의 수위가 훨씬 높았다.
그는“(노동법을)새벽처리한 다음 허탈감과 좌절감.실망감을 감출수없었다.과연 우리당이 국민들을 상대로 노동법을 충분히 설득할시간을 가졌느냐”고 자체비판을 한뒤“그런게 낡은 정치다.당지도부는 명령만 했지 국민과의 대화가 부족했다”고 말했다.
安의원은 또“너무 강력한 청와대,무력한 신한국당의 구조는 정권 재창출에도 불리하다.정치는 신한국당과 국회로 와야한다”며 청와대까지 거론했다.“국민들을 통치의 대상이 아니라 주인으로 생각해야 한다”“국민은 권위주의 정권을 싫어한다” 는등 여당의총에선 듣기 힘든 발언을 했다.
김문수(金文洙.부천소사)의원은“이번 일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당의 민주화를 이루자”며“청와대.당.정부등 유기적 관계속에서 정부의 의사결정 기구를 공개화해 결속력을 높여야 한다”고말했다.의원들의 발언이 점점 수위가 높아지자 서 청원(徐淸源)총무가 나서“당내 민주화도 좋지만 초선의원들 얘기를 가려서 하라”고 경고하는 사태도 벌어졌다.
고문들도 나섰다.이회창(李會昌)고문은“새벽처리는 모습이 나빴던게 사실”이라며 “일단 영수회담을 통해 대화의 물꼬를 텄으니앞으로 꾸준히 대화하자”고 말했다.이만섭(李萬燮)고문은“난국 극복을 위해 우리당이 모든걸 대화와 타협으로 해 결하겠다는 천명을 하자”고 했고,최형우(崔炯佑)고문은“대통령이 이 정도 양보했으면 야당도 받아들여야 한다.어려울수록 우리가 단합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강조했다.
이날 각종 회의는 영수회담 결과를 설명하고 후속조치를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지도부는“분위기가 이런 정도인지 몰랐다”고드센 성토에 깜짝 놀라는 모습이었다.

<김종혁.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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