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단 협약 먼저 가입 땐 미분양 아파트 우선 매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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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건설회사에 대한 재무구조 개선 프로그램인 ‘대주단(채권단) 협약’에 1차로 가입을 신청하는 기업은 보증한도 확대와 같은 금융 지원을 우선적으로 받게 된다. 대주단 협약이 지지부진하자 정부가 ‘당근’을 내놓은 것이다.

이창용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21일 중앙일보 주최로 열린 ‘건설·금융 위기 극복 방안’ 좌담회에서 “1차로 대주단에 가입하는 업체에 대해선 신용보증기금이나 기술보증기금의 보증 확대, 펀드를 통한 미분양 아파트 우선 매입 등 프리미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부실하다는 인상을 줄 것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협약 가입을 꺼리고 있으므로, 정부가 이를 상쇄할 만한 보상을 주겠다는 것이다. 대주단에 가입하면 1년간 채무 상환이 유예되고, 신규 자금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는 또 “프리미엄을 제공해서라도 협약에 가입하고 나서 재무구조 개선에 성공했다는 사례를 보여줄 것”이라며 “곧 일정 수 이상의 회사가 대주단에 가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일단 24일을 1차 가입 시한으로 정하되, 이후에도 수시로 협약 신청을 받을 계획이다.

다만 그는 무조건적 지원을 제공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조건을 달았다. 그는 “업체들은 협약에 가입하기만 하면 무조건 지원을 보장해 달라고 하지만 그럴 수는 없는 일”이라며 “아예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은 협약 가입을 받지도 않되 가입한 업체는 가급적 회생시킬 것을 채권단과 협의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현재 정부와 은행권은 건설사 중 상위 5대 건설사 등 대형사를 먼저 가입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큰 기업이 한 곳이라도 들어온다면 그 아래 순위 업체들은 따라 들어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협약에 가입하지 않으면 대출 만기 연장에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설명하자 움직이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가시적인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은 대주단에 가입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삼성물산은 “건설업계 전체의 이익을 생각해 검토 중”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빠질 공산이 크다. 다른 상위 건설사들도 해외 수주나 외부 평판이 나빠질 것 등을 우려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대기업들이 이러고 있으니 정작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중견 건설사들은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는 것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여러 회사와 공동으로 협약에 가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눈치가 보이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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