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년 만에 용서받은 존 레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1966년 “비틀스가 예수보다 유명하다”는 발언으로 교황청의 진노를 샀던 비틀스의 전 멤버 존 레넌(사진)이 40여 년 만에 교황청의 ‘용서’를 받았다고 BBC가 22일 보도했다.

교황청 기관지인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이날 비틀스의 68년 명반 ‘화이트 앨범(The White Album)’의 40주년을 기념하는 기사에서 “레넌의 당시 발언은 젊은 시절 한때의 농담이었다”고 너그럽게 평가했다. 기관지는 당시 레넌의 발언에 대해 “엘비스와 로큰롤 시대에 성장한 젊은 노동계급 출신이 뜻하지 않은 성공을 맞아 자신을 과시한 것”이라면서 이해한다는 평을 내렸다. 또 비틀스를 “사운드와 가사를 독특하고 신비롭게 다루는 마법을 알았던 밴드”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어 “비틀스는 해체된 지 38년이 지난 지금도 시간을 거슬러 살아남았으며 화이트 앨범은 음악계의 마법과 같은 명곡 앨범이 됐다”고 칭찬했다.

레넌은 인기 절정을 달리던 66년 영국 신문 이브닝 스탠더드와의 인터뷰에서 “비틀스가 예수보다 유명하다”며 “기독교와 로큰롤 중 어느 것이 먼저 지구상에서 사라질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해 큰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교황청은 레넌의 발언을 규탄했다. 특히 미국에서는 많은 기독교 신자가 비틀스의 앨범들을 거리에서 태우는 등 반 비틀스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레넌은 80년 12월 8일 뉴욕의 아파트 빌딩에서 자신의 광적인 팬에 의해 피살됐다.

교황의 연설과 가르침을 주로 전하던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최근 새로운 편집장이 임명된 뒤 대중문화와 세계 정세에 관한 특집 기사들을 잇따라 게재하고 있다. 이날 같은 페이지에 실린 ‘신들의 황혼’이란 제목의 기사에선 50년대 할리우드의 황금 시절을 조명하기도 했다.

최지영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