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태 “무거운 작품만 하다가 풋풋한 멜로, 참 좋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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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작품을 “만화적 상상력과 영화적 상상력이 잘 결합됐다”고 소개하는 유지태. “그간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를 주로 해오다가, 만화적 특성에 맞게 애드리브를 중시하는 연기를 하니 색달랐다”고 말했다. [김진경 기자]

‘감성 청년’ 유지태(32)가 돌아왔다. 27일 개봉하는 ‘순정만화’에서 그는 오랫만에, 순수한 사랑에 설레고 해사한 웃음을 날리는 청년을 연기한다. 12살 연하의 여고생 수영(이연희)과 사랑에 빠지는 동사무소 직원 연우 역이다. 자칫 칙칙하고 무기력해보일 수 있는 역할이 그를 만나 속 깊고 따뜻한 캐릭터로 재탄생했다.

데뷔 초 팬들을 사로잡았던 ‘동감’ ‘봄날은 간다’의 멜로 연기 이후, 유지태의 족적은 드라마틱했다. ‘올드보이’의 냉혹한 복수남에서 홍상수표 지식인(‘여자는 남자의 미래다’)으로, 다시 ‘남극일기’ ‘야수’ ‘황진이’ 등 거칠고 남성적인 배역이 이어졌다. 강풀의 인터넷 만화가 원작인 ‘순정만화’는 그에 비하면 소품에 가깝다. 이 영화를 낯 간지러운 소녀취향 연애담에서 건져올린 그를 두고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에 그치지 않도록 중심을 잘 잡아줬다”(강풀), “그의 연기가 어느 순간 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었다”(류장하 감독)는 찬사가 이어진다.

21일 오후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소문난 진지파 배우답게 논리정연했다. 의례적인 상냥함마저 생략하고 본론으로 직행하는 데서는 쉽사리 곁을 내주지 않는 엄격함과 자기 확신이 느껴졌다. 유지태는 이미 여러 편의 단편을 연출해 수상한 감독이기도 하다. “경솔하고 오만방자한 배우는 지양한다”고 거듭 힘주어 말하는 그에게서 태산같은 걸음을 조금씩 옮겨가는 고집스러운 장인의 행보가 느껴지기도 했다.

-‘순정만화’는 조금 색다른 선택이다.

“무겁고 세고 진지한 작품들을 계속 하다 보니, 자연인 유지태도 과도하게 진지하고 재미없고 무서운 사람처럼 돼가는 것 같았다. 조금은 관객과 편하게 소통하고 싶었다. 안 그래도 삶이 힘든데 영화 보러와서까지 힘들 필요는 없지 않을까, 내 연길 보고 누군가 웃을 수 있다면 그것도 가치있겠다 싶었다.”

-행동이나 감정의 진폭이 작은 인물이라 오히려 더 힘들었겠다.

“원작의 연우는 추상적인 회사원일 뿐 히스토리가 없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는 사람을 가지고 어떻게 스크린을 꽉 채울까 무척 고민했다. 그의 히스토리를 만들어내는 대신, 만화라는 특성에 맞게 순간순간 내 안에서 나오는 즉각적인 반응, 애드리브를 살리려고 했다. 연우의 착한 감수성은 자칫 유치하게 보일 수 있다. 그래서 말할 때마다 ‘어’‘헤’하면서 약간 헛웃음을 치는 ‘형광등’ 애드리브를 했다.”

-외모적 표현은 어떻게 했나.

“초반에는 보다 아저씨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탱글탱글 살을 찌웠다. 뒤로 가면 이연희씨하고 예쁘게 어울려야 하니까 살을 뺐고. 눈매도 좀 느슨하게 풀었다. 방향에 따라 얼굴 이미지가 많이 달라지는 편이다. 왼쪽 얼굴은 아주 댄디하고 오른쪽은 비열해보인다. 오른쪽도 앙각은 아주 얼빵해보인다.”(웃음)

-류 감독과는 어땠나(류 감독은 ‘봄날은 간다’ 조감독 출신으로, 최민식 주연 ‘꽃피는 봄이 오면’을 연출했다).

“감독님이 워낙 착하셔서 내가 악역을 좀 했다. 하지만 감독과 배우의 역할에 대해서는 경계를 중시한다. 월권은 금물이다. 단언컨대 감독보다 나은 배우는 없다. 배우는 나무를 본다면 감독은 숲을 보니까.”

-이미 감독 데뷔를 했는데, 연출은 어떤 의미인가.

“영화야 말로 나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나는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 말이 아니라 행동과 영화, 작품으로 자기를 입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전문 배우의 길과 감독의 길을 병행할 것이다. 감독으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하루에 한 편 이상 영화를 보고 30분 이상 책을 읽으려 한다.”

-다음달에는 TV 드라마(SBS ‘스타의 연인’)에도 처음 출연한다.

“영화가 캐릭터에 배우를 맞추는 거라면 TV드라마는 배우에 캐릭터가 맞춰지는 것 같다. 또 TV에서는 아무리 남루한 현실이라도 시청자가 보기 좋게 그려야 한다. 이처럼 TV와 영화가 다르다는 것을 흥미롭게 깨닫고 있다.”

-김효진씨가 연인이라고 공개했는데.

“모든 것이 편해지고 참 좋다. 20대 배우에게는 열정이 곧 연기력인데, 그녀는 정말 열정이 넘치고 존경스러운 배우다. 언젠가 내 작품에도 출연시키고 싶다.”

양성희 기자, 사진=김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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