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띔! 문화 내비게이션]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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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큰 화면에 딱딱한 건물이나 유령같은 사람을 그리던 중견 화가는 이번 전시서 처음으로 꽃그림을 내놓았습니다. 그렇다고 시장에서 잘 팔리는 야한 꽃 그림은 아닙니다. 작가주의 화가 오원배표 꽃그림입니다.

오원배, 무제, 90×180㎝, 혼합매체, 2008[리씨갤러리 제공]


“미술은 생물과 같아서 그림은 늘 변해야 한다. 꽃은 물론 예쁘고 생명력 있는 소재다. 그러나 꽃 또한 관계에 의해 다양한 의미를 발생시킨다.”

그는 민중미술과도 추상미술과도 거리를 둔 채, 소외와 실존이라는 무겁고도 근본적인 주제에 매달려 왔습니다. 주제의 무게만큼이나 기법도 시간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르네상스 시대 널리 그려진 프레스코화, 중세 종교화에 나타나는 이단 제대화(diptych) 등 고풍스러운 방식을 구사합니다. 프랑스 벼룩시장서 사들인 18∼19세기 고서 표지에 그린 두폭화도 있습니다.

옛 사람들은 책이나 종교화에서 구원을 찾았습니다. 현대인은 그의 두폭화에서 어떤 이야기를 찾을까요.

▶다음달 6일까지/ 서울 삼청동 리씨갤러리/ 무료/ 02-3210-0467 

미술 담당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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