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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베스트 논객 김종민씨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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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암사 옆 폐교를 손질해 만든 환경연구소에서 인터넷은 세상과 통하는 유일한 창구입니다.전공인 환경부터 정치.경제 등 각종 정보를 서핑하는데 하루의 절반을 보내고 있죠.인터넷 덕분에 사회 전문가가 됐다는 소리를 듣게 됐습니다."

인터넷 중앙일보 4월의 베스트 논객으로 선정된 김종민(아이디jeam21.50.국립환경연구원연구관)씨는 지난달 '디지털 국회' 코너의 행정자치.산업농수산.환경노동.보건복지.과학기술.교육 마당 등에 다양한 주제의 글을 올렸다. 주제도'일본 의사 협회의 자정 결의' '천혜의 땅 개성공단' '봉화에 나타난 짐승 발자국'등 환경뿐 아니라 복지.경제를 망라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그런 다양한 글을 썼을까'하는 궁금증은 그의 경력을 알고 나면 풀린다.

전남 보성이 고향인 그는 여수고.서울대 식물학과를 나왔다.대학 졸업후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사를 마쳤고 5년간 미원 연구소에서 군대 대신 연구원으로 일했다.이후 일본 교토(京都)대학으로 유학을 떠나 1987년 농화학 박사학위를 받았다.88년에는 독일 생명공학연구소(GBF)의 객원 연구원으로 3년을 근무했다.91년 귀국후에는 대학 교수와 연구소를 놓고 3년간 고민을 했다.마흔을 앞두고 뒤늦은 방황이었다.인생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환경연구원에는 꼭 마흔살인 94년 들어왔다.여기서도 이곳 저곳을 돌아 다녔다.경기도 양수리에 있는 한강 상수원 물환경연구소,동두천의 임진강 상수원 분소에서 근무했다.2001년부터는 전남 순천의 영산강 상수원 물환경연구소에서 상수원 수질을 연구하고 있다.

그의 사무실은 초등학교 폐교를 개조해 만들었다.근무자는 모두 20여명.순천이나 화순 등 소위 도회지로 나가 려면 30여분 이상 차를 몰고 가야 한다.밤에는 아예 통행이 어렵다.인적이 드물어 밤에 사람이 보이면 무서울 정도다.그래서 유일한 친구가 바로 인터넷이다.영어.일어가 가능해 세계를 넘나 들며 정보를 찾는다.

"아마 사주에 역마살이 많은 듯 합니다.마흔 전 까지는 일본.독일 등을 돌았고 이후에는 국내 이곳 저곳에서 근무를 했으니까요.인터넷 취미도 역마살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의 글 ' 일본 의사 협회의 자정 결의'는 일본 유학 시절 큰 딸을 낳고 겪었던 선진국 의료시스템에 대한 경험을 바탕 삼아 쓴 글이다.독일에선 둘째를 낳고 국가의 사회복지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의료 복지는 빈부 격차에 따라 편차가 심합니다.그런데도 가난한 사람 뿐 아니라 부자도 불만이 많죠.집에 난치병 환자 한명만 있으면 가정이 해체될 정도로 고통을 겪습니다.이를 해결할려면 사회복지 이외에 의료인의 윤리가 대단히 중요합니다.의료 행위를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풍조가 확산돼 여러가지 문제를 유발합니다."

개성공단에 대한 글은 중국 상하이(上海)를 보면서 느낀 점을 적었다.상하이 반경 100㎞ 주변의 관광자원과 각종 배후 산업 시설이 부러워서다.

"중국은 대단위 도시를 끼고 성장하는 도시 국가 개념이 강합니다.서울은 인구 밀집 등으로 산업 시설에 대한 제한이 많습니다.이런 관점에서 개성 공단은 수도권 발전을 위한 배후 산업단지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의 글은 다양한 분야를 다뤘는데도 독자들로부터 '날카로운 분석'이라는 평을 듣는다.소위 클릭 건수를 올리기 위해 일부러 자극적인 문장을 넣거나 논리를 비약하지 않기 때문이다.그래서 그의 글에 대한 댓글에는 극단적인 비방을 찾아 볼 수 없다.

그는 2002년 1년 동안 청와대 네티즌 논객으로 활동했었다.

"청와대 네티즌 논객은 정치 편향이 너무 심하더군요.사회의 다양한 관심을 놓치고 있어요.그래서 '여러가지 주제를 합리적으로 다루는 곳이 어딜까'하고 찾다가 인터넷 중앙일보에서 디지털 국회를 발견했지요.디지털국회가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지식인의 창구가 됐으면 해요. "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의 미래에 대해 쓴소리를 한다.

"자동차의 경우 불량품이 1%라면 아마도 회사가 망할 겁니다.한국의 (대학)교육은 절반 이상 불량품을 쏟아 내고 있는데도 망하지 않습니다.이런 현실속에 한국의 미래를 기대하긴 어렵지요.청소년 때부터 철저히 적성과 실력에 맞게 인재를 키워야 합니다.아무 대학이나 유명한 대학에 가고 보자는 식은 뿌리부터 썪는 나무와 마찬가집니다."

인터넷 중앙일보는 베스트 논객으로 선정된 김 연구관 외에 2004년 4월의 우수 논객으로 김경숙(kks1211), 이관일(Pructus), 이미경(cmcymk),장주영(jaywhysea1), 정무용(jmyong99), 홍성욱(agenda00)씨를 선정했다. 김종민 연구관은 앞으로 디지털 국회의원으로서 활동하게된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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