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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쎈돌 … 이세돌‘2008 무대’ 원맨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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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추수철 되니 온통 ‘이세돌’이란 이름 석자뿐이다. 국내·국외, 단체·개인을 가리지 않고 모든 굵직한 대회에 이세돌이란 이름이 빠지지 않는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일정 속에서도 이길 바둑은 다 이겨내는 이세돌. 이번 주 바둑 면이 본의 아니게 ‘이세돌 특집’이 되고만 사연이다. 그러나 눈부신 조연이 없는 게 아니다. 바로 세계마인드게임 개인전에서 우승한 신흥 강자 강동윤 8단이다. 2008 바둑대상 MVP는 이세돌 9단으로 거의 굳어졌지만 이세돌과 10번기로 맞서는 강동윤에게도 아직 기회는 있다.

이세돌 9단이 이창호 9단을 꺾고 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오픈(우승상금 2억원) 4강에 진출했다. 한국 기사로는 유일하게 4강에 오른 이세돌은 중국의 황이중 7단과 결승 진출을 놓고 맞선다. 올해 3개 세계대회에서 우승했고 얼마 전 LG배 세계기왕전 결승에 이어 삼성화재배 4강 티켓마저 손에 넣은 이세돌의 행보는 국제 무대에서 단연 돋보인다.

18, 19일 양일간 삼성화재 유성연수원에서 열린 8강전은 전체적으로 중국의 독무대였다. 첫날 중국의 쿵제 7단이 일본 랭킹 1위 야마시타 게이고 9단을 꺾고 맨 먼저 4강에 선착했고(125수, 흑 불계승) 곧이어 중국의 17세 소년 강자 저우루이양 5단도 같은 중국 기사인 리저 6단을 179수 만에 흑 불계로 제치고 뒤를 이었다.

둘째 날, 이창호 9단 대 이세돌 9단의 빅 매치가 열렸다. 결승전 같은 8강전이어서 모든 관심이 이 한 판에 집중됐다. 특히 이세돌은 응씨배 4강전에서 2대0 완패를 당하는 등 이창호에게 최근 4연패를 당한 상태여서 이 판의 향방이 궁금증을 더했다. 만약 이세돌 쪽이 5연패를 당한다면 한동안 슬럼프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바둑은 그러나 흑을 쥔 이세돌 9단이 포석에서 한 발 앞서며 그 페이스를 계속 이어갔다. 중반에 접어들어 이창호 9단은 국면 전환을 모색하며 잇따라 변칙의 강수를 던졌고 공격의 이세돌은 거꾸로 수비에 전력했다. 결국 이창호는 이세돌의 견고한 수비망을 뚫지 못했고 더 이상 형세가 좁혀지지 않자 마침내 항복을 선언했다(193수, 흑 불계승).

4강전은 이세돌 대 황이중, 쿵제 대 저우루이양의 대진. 이세돌 한 사람이 중국 기사 3명에게 포위당한 형국이지만 전력에선 모두 한 수 아래다. 우연이겠지만 황이중은 지난해에도 4강전 상대였고 이때 우승자는 이세돌 9단이었다. 그러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법. 4강전은 12월 15~18일 삼성화재 부산 사옥에서 3번기로 열린다.

유성=박치문 전문기자

○ 이창호 9단 ● 이세돌 9단

<장면1>=중반전이다. 백1의 절단은 필연인데 흑2로 뚫리자 상변 실리가 크다. 실리의 균형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백을 쥔 이창호 9단은 이제껏 흑의 조용한 압박을 참고 견뎌냈으나 이젠 뭔가 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였다. 백3부터 이창호 9단이 흑 대마를 양분하며 변화를 모색하고 나섰다.

8로 좌하가 완생하고 견실하게 10에 웅크리자 이 대마도 공격하기가 쉽지 않다. 11은 이창호의 흔들기. 주변도 약한 만큼 흑은 A로 물러서는 게 보통인데….

<장면2>=이세돌 9단은 흑1로 반발했고 백2엔 3, 5의 최강수로 맞서며 여기서 승부를 보자고 나왔다. 본시 흔들기는 이세돌의 전공과목. 그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세돌은 지금 이 장면은 물러설 때가 아니라 총 반격에 나설 때라고 직감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이 직감과 판단은 적중했다. 백6이 변칙의 강수였으나 여기서 이세돌은 흑7로 단단히 문을 걸어 잠그며 하변 포획에 집중한다. 백은 대가로 우하를 부쉈으나 비세를 만회할 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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