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강속구 투수답지 않게 박명환의 손가락 피부는 여자 피부처럼 약하다. 손가락이 야구공 실밥에 긁혀 터지기 일쑤다. 에이스나 다름없는 박명환의 고질적인 손가락 부상은 두산으로서도 고민거리다. 처음에는 액체 반창고 등 응급처치를 했으나 타고난 피부가 약해 별 효과가 없었다.
두산 트레이너실의 고민을 해결해준 것은 외국인 투수 키퍼였다. 키퍼는 "메이저리그 선수들 사이에 전해오는 민간요법"이라며 피클의 효능을 귀띔해줬다. 오이 등 채소를 이용한 서양식 장아찌인 피클이 손가락 피부를 단단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믿거나 말거나'식으로 따라했던 박명환에게 시큼한 피클의 효능은 '달콤'했다. 요즘은 경기 뒤 피클병 속에 손가락을 푹 담그는 게 그만의 휴식법이다.
김종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