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맘의 아이 키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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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17년 차의 김옥자(39교사)씨는 요즘 들어 부쩍 누나만 좋아한다고 투정을 부리는 둘째 때문에 고민이다.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퇴근 후 저녁시간을 첫째 아이 교육에 할애하다 보니 둘째 아이에게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퇴근하면서 장을 보고 저녁을 먹인 후 딸아이 학교 숙제를 봐주다 보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고나면 새벽2~3시까지 미뤄둔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다.
이정음(33회사원)씨도 얼마 전 퇴사를 진지하게 고려했다. 얼마 전 친정 엄마가 아이들을 보다가 허리를 크게 다쳤기 때문이다. “하늘이 노랗더라고요. 엄마 친구분들은 자식들 출가시키고 노년을 즐긴다는데 우리 엄마는 외손주 때문에 고생하다 그렇게 되셨으니….” 그는 죄책감 때문에 한동안 잠도 못 잤다고 털어놨다.이씨는 “더구나 아이가 점점 커가면서 할아버지 할머니 말도 안 듣고 말썽을 부리는 바람에 이제 누구에게 의지해야 할지도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아리(37회사원)씨는 큰 딸의 성적 때문에 걱정이다. 엄마가 데리고 앉아 하나하나 설명해주면 아이도 좋아하고, 성적도 잘 나온다.

그러나 집에 오면 공부하라는 잔소리만 하고 정작 도와줄 틈이 없다. 학교에 가면 소외감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다. 다른 엄마들이 ‘담임선생님이 어떻다더라, 학교에서 뭐를 한다더라, 누가 1등을 했다더라’며 이야기를 나눌 때 멍 하니 있자니 그 자리가 가시방석이다. 그는 “다른 엄마들과 어울리려고 나름 애쓰지만 대부분 낮에 만나기 때문에 친해지기가 쉽지 않다”며 “주말 엄마들 모임에는 꼭 참석해 알짜 정보들을 얻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직장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부분은 죄책감과 정보소외. 아이가 위축되고 공부 못하면 엄마가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책하는 직장맘들이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같은 태도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맞벌이 부부 아이는 서울대에 못간다?’의 저자 이형미(48여)씨는 “직장 엄마들은 한 푼이라도 더 벌어서 아이를 잘 키우려고 고생한 것인데 아이가 공부 못하는 것까지 엄마의 책임으로 돌린다면 인생이 너무 고달프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아이들에게‘엄마는 너와 우리 가정의 좀 더 나은 행복을 위해 직장에 나간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야 아이도 엄마를 이해하고 무슨 일이든 스스로 해내려고 한다는 것. 그는‘인터넷을 잘 활용하면 정보소외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귀띔했다.
‘엄마학교’의 저자 서형숙(50여)씨도“엄마가 어떤 일을 한다는 것은 아이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일”이라며 “다른 엄마들과 비교해서 주눅들지 말고 오히려 직장맘이라는 것을 강점으로 십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엄마의 직장이야기는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이들에게 투자하는 시간이 양적으로 부족하다면 질적으로 보충하면 된다.
그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고 열정을 쏟는다면 아이도 엄마도 모두 행복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리미엄 송보명 기자
사진_프리미엄 최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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