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性 전환자 올림픽 출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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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性)전환자들이 바뀐 성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는 시대가 됐다. 성전환 수술을 받아 해당 국가에서 법적으로 새로운 성을 얻고, 최소 2년간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우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18일(한국시간) 확정한 기준이다. 오는 8월 개막하는 아테네올림픽부터 적용된다. 물론 남성에서 여성, 여성에서 남성으로 전환한 모든 선수에게 해당된다.

IOC는 지난 2월 성전환자의 올림픽 출전을 기본적으로 허용한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을 한 경우 상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규제해야 한다는 반대의견에 부닥쳐 최종 결정을 미뤄왔다. 남성들은 보통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근육이 강하고, 심장.폐 등의 용량이 여성에 비해 커 신체적으로 우월하다. 그 때문에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전환을 하는 선수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남성들이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테스토스테론과 근육량이 줄어든다는 의학자들의 연구결과가 최근 나옴으로써 이 같은 기준을 정하게 됐다. 여성으로 전환 수술을 받은 뒤 2년간 여성호르몬 치료를 받으면 체력적으로 여성과 동등해진다는 결론이 내려진 셈이다.

지젤 데이비스 IOC 대변인은 "성전환자의 올림픽 참가를 놓고 논란을 벌여 왔지만 최근 각국 정부와 사회가 성전환자들을 법적으로 용인하는 추세가 일반화되고 있어 새로운 정책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지금은 대상자가 적지만 앞으로는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가 많아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전환자의 스포츠 경기 출전은 1970년대 미국의 레니 리처즈가 공식적으론 처음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수술받은 뒤 여자 테니스 투어에 참가했다.

지난 3월에는 덴마크의 미안 배거가 여성으로 성을 바꿔 호주 골프대회에 참가했지만 2라운드 합계 14오버파로 컷오프됐다.

성백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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