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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미ㆍ오색ㆍ오방의 가이세키 요리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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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호 13면

도시 전체가 단풍 명소라 해도 과언이 아닌 교토는 이 때문에 성수기인 11월엔 숙소를 잡기 어렵다. 10월 하순부터 12월 초순까지 숙박은 수개월 전에 예약해야 원하는 곳을 얻을 수 있다.

고도(古都) 교토의 정취를 느끼고 싶다면 료칸을 찾기 마련이다. 기온을 중심으로 시내에도 전통 료칸이 많지만 온천은 기대하지 말 것. 아라시야마 일대에 온천 료칸이 몇 군데 있는데, 가장 유명하다는 도게쓰테이(渡月亭)조차 노천 온탕은 없고 대중욕탕만 갖췄다.

그래도 료칸을 찾은 보람이 있다면, 일본식 요리의 정수인 가이세키 요리(會席料理)를 접대받을 수 있어서다. 에도 시대(1596~1868) 이전의 차(茶) 문화에서 발전한 가이세키 요리는 코스를 소화하는 데 두 시간 이상 걸릴 정도로 격식이 깐깐하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임에도 주문과 동시에 즉석에서 만들기 시작하는 게 원칙이다.

가이세키 요리는 제철 재료에 그 지역의 특색을 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릇과 장식에도 계절 색이 물씬하다. 홍시인가 하며 집어 들면 부드러운 생선살에 감 꼭지만 붙인 식이다. 얇은 고구마튀김을 은행잎마냥 빚어냈다. 봄의 벚꽃, 가을 단풍이 그려진 그릇을 철마다 바꿔 내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전문식당이라면 주방보다 큰 식기 창고를 갖고 있게 마련이다.

육미(六味:단맛ㆍ짠맛ㆍ쓴맛ㆍ신맛ㆍ매운맛ㆍ감칠맛)와 오색(五色:흰색ㆍ검은색ㆍ녹색ㆍ빨간색ㆍ노란색), 오방(五方:구이ㆍ조림ㆍ찜ㆍ튀김ㆍ회)이 어우러지게 상차림과 순서를 배려한다. 눈ㆍ코ㆍ혀로 맛본 뒤 가슴으로 한번 더 음미하는 식이다. 작은 예술품마냥 정성스레 꾸민 형형색색이 놀라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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