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세면 조종허가 西海횡단도 성공-초경량항공기 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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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어린 소녀 혼자서 초경량항공기(ULM)를 몰고 9백㎞를 날아갈 수 있을까.
최근 개봉중인 외화.아름다운 비행'(호암아트홀.24일까지)을계기로 첨단 항공레저인 ULM의 기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름다운 비행'의 줄거리는 에이미(안나 파킨 扮)란 14세소녀가 개발로 인해 서식지를 잃게 된 야생거위 16마리를 이끌고 캐나다 온타리오에서 미국 버지니아주 발할라까지 사흘에 걸쳐9백㎞를 비행,거위들에게 새 보금자리를 찾아준다 는 것.
북미의 아름다운 자연을 무대로 인간과 자연의 순수한 만남을 감동깊게 그리는 이 영화에서 ULM의 역할은 결정적이다.에이미를 태우고 야생거위를 인솔하는 인공.어미거위'역을 해내는 것이다. 9백㎞면 일반 대형항공기를 타고도 1시간30분정도 걸리는장거리여서.낙엽'처럼 가벼운 ULM으로는 얼핏 불가능할 듯 여겨진다.그러나 이 정도는 ULM으로선 전혀 무리가 아니다.ULM은 행글라이더에 엔진만 달랑 얹은 형태의 1,2인 승짜리.미니'비행기.그러나 가볍다(중량 1백50~1백70㎏)는 점만 빼면 기본기능에 있어서는 엄연한 항공기다.레저비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 갖추고 나머지 복잡한 기능을 의도적으로 생략했을 뿐이다.국제항공연맹(FAI)도 이를 경비 행기로 분류하고 있다. ULM은 일반적으로 배기량 5백㏄급 2기통 엔진을 사용하며1회 연료주유(38~45ℓ.휘발유)로 3~5시간 비행할 수 있다.평균 비행시속은 60~70㎞(최고시속 1백20㎞).맨땅이나잔디.아스팔트를 막론하고 50정도의 활주로면 이 착륙이 가능할만큼 기동력이 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하라횡단ULM대회(매년 3~4월 개최)의경우 수십대의 지구촌 ULM이 참가,1박2일 동안 1천㎞에 이르는 열사의 사하라를 비행하며 속도경쟁을 펼치고 있다.영화속의에이미는 2박3일 동안 비슷한 거리를 비행했다 .
국내에서는 지난 94년6월 오세훈(45)씨가 중국 광저우(廣州)부근에서부터 서해안 몽산포까지 단 1회 주유로 서해횡단(3백㎞) ULM비행에 성공한 바 있다.
ULM을 조종할 수 있는 최소연령은 영화속의 에이미와 동갑인14세(FAI규정).중학교 1~2학년생 정도면 단독비행이 가능할 만큼 다루기 쉽다는 것이다.국내엔 5개의 ULM클럽과 5백여명의 동호인이 활동중이다.20시간 정도 강습비 행후 대한항공협회가 발급하는 파일럿급 자격증을 따면 혼자 조종간을 잡을 수있다.강습비용이 비싼 것(2백만~3백만원)이 흠이었으나 최근 날개클럽이 가격을 대폭 인하(입회비 50만원.월회비 10만원),대중화에 나서고 있다.
영화에 쓰인 ULM은 지난해 사하라사막횡단대회 우승기종인 프랑스제.페이스Ⅱ'.국내엔 이 기종 1대를 비롯해 30대의 ULM(수입가 1천2백만~1천5백만원)이 매주말 마산포.안산.이포(이상 경기).몽산포(충남)와 남원(전북)활공장등 전국의 하늘을 날렵하게 누비는 중이다.
초경량항공기협회 02-517-3624,날개클럽 02-927-0206.

<임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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