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소주병 만드는 ‘테크펙’ 매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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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두산이 유리병 등 용기 제조 계열사인 두산테크펙을 매각했다. 두산은 13일 “두산테크펙 지분 100%를 국내 최대 사모펀드인 MBK 파트너스에 4000억원에 팔기로 계약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기 불안 시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소비재 사업을 정리하고 중공업 분야에 집중한다는 그룹의 기본 전략에 따른 것이다.

두산 측은 “매각대금 4000억원 중 테크펙의 차입금을 제외한 1930억원을 손에 쥐게 된다”며 “㈜두산의 부채비율은 46%로 획기적으로 낮아진다”고 밝혔다.

㈜두산은 2006년 1월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발표한 후 계열사 지분 매각을 통한 순환출자 해소와 사업 매각 및 분할 작업을 진행해 왔다. 이로써 그룹 내 소비재 관련 사업은 주류와 외식사업만 남게 됐다. 두산 관계자는 “주류와 외식의 경우 아직 매각 여부가 확실히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테크펙 매각으로 두산 박씨 가문의 성에서 따온 국내 최대 유리제품 브랜드인 ‘파카(Parka)’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두산유리가 1950년대 처음 생산한 파카글라스는 한때 부의 상징으로 통했다. 두산의 최대 성장기인 70년대에 파카글라스는 그룹의 핵심 사업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후 두산유리는 98년 두산제관과 합병해 두산포장으로 이름을 바꿨다. 2004년에는 다시 테크펙으로 변경했다. 지난해부터는 파카글라스를 모두 외부 제작으로 돌린 후 유통만 담당해 왔다.

테크펙은 유리병·페트병·밀폐용기 등 생활용품을 생산해 지난해 2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이 중 파카 브랜드가 포함된 생활용품 사업부문은 100억원 안팎이었다. 두산주류BG가 만드는 ‘처음처럼’의 소주병은 테크펙에서 계속 공급받는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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