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지도>36.블루스와 한국의 전통음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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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흑인들에 의해 시작됐던 블루스 음악은 우리네 전통음악과도 많은 관계가 있다.외적인 것은 물론이거니와 내가 강조하고 싶은것은 영적인 면이다.”(기타리스트 한상원) 많은 음악인들이 블루스 음악은 우리 전통 음악과 비슷한 점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무엇보다 음악속에 내재된 슬픔,한과 애환의 정서가 일맥상통한점이 있다는 것이다.그것은 미국으로 강제이주돼 채찍을 맞아가며고된 노동을 강요당했던 노 예들의 경작과정에서 불려진 노동요에서 비롯된 블루스의 발생과정과 관련이 깊다.굳이 비유하자면.흑인 노예들의 아리랑'이랄까.
초기 블루스의 선창.후창은 지금은 기타.하모니카등의 악기가 주고 받는 형식으로 바뀌었지만 이는 우리 전통 음악 가운데 상여소리나 농요의.매기고 받는'양식과 비슷하다.
음악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5음계를 사용한다는 점이 국악 음계와 비슷하다.물론 블루스에서 사용하는 음계는 서양의 이른바.블루노트 5음계'라 해 국악음계와 완벽하게 일치하지는 않는다.그러나 이 음계에 바탕을 둔 처량하고 구슬픈 느 낌의 멜로디전개가 우리 귀에 어느정도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블루노트 5음계는 통상적인 5음계에서 제2음과 제4음을 반음 내린 변형음계로 이 때문에 피아노로 연주하기가 무척 힘들다.“우리 민족은 체질적으로 블루스와 친숙하다”는 김목 경의 지론은 이처럼 음계와 그 속에 담긴 정서상의 유사성을 지적한 말이다.하지만 아직까지 블루스와 우리 전통 음악과의 크로스 오버를 실험한 사례는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다만 지난 5월에 열렸던.젊은 음악회'공연에서 한충완이 주축 이 된 퓨전 그룹 트라이빔이 구전 민요.새야 새야'를 변주한 연주곡을 선보였는데 이 때 한상원의 블루스 기타 연주가 전통민요의 가락을 모티브로 한 절묘한 조화를 이뤘다.이와같은 크로스오버의 시도는 젊고 실험적인 음악인들이 한번쯤 연 구해 볼만한 과제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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