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만에 유치장 비어 서울中部署 새해첫날 백기달아 기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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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새해 첫날인 1일 오전 수도 서울 중심부의 치안을 담당하는 서울중부경찰서 국기 게양대에 자랑스런 백기(白旗)가 걸렸다.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사람이 한명도 없을 경우 순백(純白)의 깨끗함을 의미하는 흰색 깃발을 내거는 것은 오래된 경찰 관례. 그러나 명동.충무로등 서울의 한복판을 관할하는 중부서에 흰 깃발이 나부낀 것은 46년 개서(開署)이래 51년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중부서 유치장은 1일 오전9시 업무방해혐의로 朴모(28)씨가이틀간의 구류를 살고 나가면서 비었고 이같은 상태는 2일 오후까지 계속됐다.
지난해 12월31일 오후 11시30분쯤 폭력사건이 발생했으나사안이 경미,불구속입건 처리돼 가까스로 위기를 넘겼다.
평소 피의자.피해자와 보호자들이 뒤섞여 시끌벅적하던 형사계도이날은 하루종일 당직 형사만 한가로이 자리를 지켰다.
이날 아침 게양대에 백기를 올린 수사1계 손영현(孫英鉉.51)경사는“백기를 올리는 순간 눈물이 핑 돌았다”며 감격해 했다. 孫경사는“유동인구가 하루평균 2백50만명을 웃도는 지역인데다 명동 유흥가를 관할하는 중부서 유치장에.손님'이 없다는 것은 상권이 강남쪽으로 많이 옮겨갔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분명히이변”이라고 말했다.이에 대해 엄호성(嚴虎聲)중부 서장은“제발올 한해가 새해 첫날같기만 하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흐뭇해했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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