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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짚어본 96 국내스포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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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월드컵 코리아의 함성,텃밭에서 나뒹군 한국축구,차라리 걸어버린 황영조,가슴에 휘감긴 우승테이프를 확인하고도 몇걸음이나 더내달린 이봉주,애틀랜타 황금과녁 정수리에 꽂힌 태극화살의 신나는 떨림,번번이 허공을 향해 당겨진 태극방아쇠, 박찬호와 선동열…. 온 국민을 열광의 바다로 혹은 한숨의 계곡으로 몰아넣으며 한장한장 넘겨온.한국스포츠,올해의 역사'도 이제 마지막 한장을 남겨놓았다.두말할 것도 없이 숱한 영욕들이 엇갈린 한해였다. 올해 최대 경사는 역시 2002년 월드컵유치.일본과 공동개최이긴 하지만 주앙 아벨란제 국제축구연맹 회장등이 노골적으로일본편을 드는등 불리한 상황에서 몇년 늦게 유치전에 뛰어든 한국이 그만한 성과를 거둔 것은 88올림픽 유치 못지 않은 쾌거였다. 1백주년 애틀랜타올림픽은 한국에 4연속 10위권을 지킨기쁨과 4연속 두자리수 금메달 목표가 빗나간 아쉬움을 동시에 남겼다. 레슬링.유도.배드민턴.양궁.핸드볼.하키등 비인기 효자종목들의 땀으로 일궈낸 금메달 7개.은메달 15개.동메달 5개(종합 10위).장외에선 이건희 삼성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에 피선,한국스포츠의 높아진.키'를 확인했다.
국내 스포츠 역시 뜨거웠다.해태가 여덟번째 프로야구 우승축배를 들이켠 가운데 현대는 데뷔 첫해 준우승,만년하위 쌍방울도 페넌트레이스 2위를 차지하며 다시한번 프로야구의 붐을 몰고왔다. 특히 신인 박재홍(현대)은 9월 국내 최초로 30-30클럽(30홈런.30도루 이상)에 가입,프로야구팬들을 흥분시켰다.
이에 뒤질세라 프로축구도 10월 대기록을 토해냈다.
유고용병 라데(전 포항)가 국내 최초로 10-10클럽(10골.10어시스트 이상)을 달성한 것.
현대는 올해 첫선을 보인 라피도컵을 품에 안아 14년 무관의한을 달랬다.수원삼성의 화려한 데뷔(리그준우승.전후기종합승점 1위등)도 돋보였다.
그러나 양팀은 챔피언결정전에서 지나친 몸싸움으로 일관,한국축구 종말론까지 대두되는등 오점을 남겼다.급기야 한국축구는 아시아선수권(12월.아랍에미리트)에서 최악의 겨울을 맞았다.
36년만의 우승을 장담하며 떠난 한국축구는 남의 힘을 빌려 턱걸이한 8강전에서 이란에 6-2로 참패,아시아의 종이호랑이 신세가 됐다.
황영조의 도중하차로 암운이 드리워졌던 한국마라톤에 이봉주(코오롱)의 탄생은 구원의 불빛이었다.팀동료 황에 가려오다 그가 은퇴한 후부터 맹렬히 스퍼트한 이봉주는 애틀랜타에서 3초 차이로 은메달을 차지하더니 올림픽 1위 조시아 투과니 (남아공),세계기록보유자 벨라이네 딘사모(에티오피아),런던마라톤 3연속 우승자 디오니시오 세론(멕시코)등 세계톱스타들이 대거 출전한 후쿠오카국제마라톤(12월1일)에서 당당히 우승해 새로운 영웅으로 떠올랐다.
이밖에 한국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LA 다저스)는 기둥투수로 부쩍 성장,달콤한 아메리칸드림을 즐기게 됐고 한국최고투수 자존심 선동열(주니치 드래건스)은 일본프로야구에서의 입신에 실패,내년을 기약하는 처지가 됐다.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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