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칼럼>'장제스'아닌 '장가이섹'이 바른 표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지난주 중앙일보 국제면에 보도된 .장제스家 권력 사실상 몰락'이란 제목의 기사는 기사내용이나 편집체제가관심을 끌만한 것이었다.게다가 .장제스(蔣介石)일가 가계도까지곁들였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라 할만도 하다.
그러나 나는 이 기사를 보는 순간 .잘못 되어도 단단히 잘못되었구나'하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그것은 바로 .장제스'라고 장개석(蔣介石)을 표기한데서부터 발단된 것이었다.이미 오래전에 입력된 것이긴 하지만 나의 머리속에는 장개석의 이름이.장제스'는 분명 아닌 것으로 인각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람의 기억이란 틀릴 수도 있는 것이기 때문에 왜 장개석을 .장제스'로 표기했는지를 우선 알아보았다..장제스'란 표기는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의 결정을 바탕으로 편집인협회가펴낸 .외래어표기사전'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정 답이라는 이야기였다.따라서 오늘날 우리나라의 모든 신문이 .장제스'로 표기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는 설명이었다.또 실제로 만다린식의 중국 북경표준발음으로 표기하면 .장제스'가 되므로 이론(異論)의 여지조차 거의 없다는 덧붙임이었다 .
그런데도 .장제스'는 결코 정답이 아니라는 쪽으로 나의 머리는 계속 기울고 있었다.그렇게 된 까닭은 장개석총통이 백범(白凡) 김구(金九)선생에게 그의 고향과 관련해 했다는 이야기가 머리속에서 되살아났기 때문이었다.장개석의 고향은 양자강(揚子江)남쪽의 절강성(浙江省)인데 그곳은 옛 백제(百濟)땅이었다는 사실을 백범에게 말한 일이 있었다고 한다.이 말을 듣는 순간 백범은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함을 매우 부끄럽게 생각했다고 한다.
지금 우리나라의 역사교과서에는 그 어디에도 양자강 남쪽이 옛백제땅이었다는 기록이 없다.그만큼 우리의 옛역사는 많이 훼손됐다는 것을 말해 주는 셈이다.나는 이점과 관련해서도 우리의 옛역사가 바로 쓰이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역사가 바로 쓰이지않고,올바른 역사인식이 결여됨으로써 일어나는 폐해가 얼마나 심대한지는 구태여 설명할 나위도 없을 줄 믿는다.진정한 의미의 역사 바로세우기는 이러한 차원에서 근세 1백년에 국한할 일이 아니라 근본을 바로 잡는데 있음을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을것 같다.
옛 백제땅이었던 절강성은 또한 삼국지(三國志)의 오(吳)나라땅이기도 했다.이곳의 한자발음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이른바 오음(吳音)이라고 해서 만다린식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장개석을 오음으로 발음하면 우리의 발음과 거의 비슷한.장가 이섹'이 된다.나는 장개석을 그 자신과 가문(家門)이 어떻게 부르는지 그 이름의 이른바 정음(正音)을 찾기 위해 두가지 자료를 찾아 보았다.하나는.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이곳의 기록은 Chiang Kai-shek,곧 장가이섹으로 돼 있었다.또하나는 대만에서 공식으로 발간된.장총통집(蔣總統集)'이라는 문헌.이곳에 쓰인 장개석의 영문표기도 역시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의 그것과 같았다. 이것은 결국 장개석의 이름은 우리 발음대로 쓰든지,아니면대만정부의 공식자료대로.장가이섹'으로 쓰는 것이 옳은 길임을 웅변해주고 있는 셈이다.
이름과 관련해 지적돼야 할 또하나의 문제는 신문의 인사관련 기사에서 나타나고 있는 적당주의식 이름표기 방법이다.어떤 이름은 한글로만 쓰는가 하면 또다른 이름은 한글과 한문을 병기하는따위로 .기분내키는'대로 기사화하는 사례가 너무 빈번히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그런 두드러진 사례의 하나로 지난주에 있었던차관급인사의 프로필기사를 들 수 있겠다.중앙일보의 특집은 전면에 걸쳐 프로필과 인사 뒷얘기를 실음으로써 다른 신문을 압도하는 느낌을 주었다.한데 꼼꼼히 분 석해 보니 이 기사는 허점(虛點)의 실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18명의 신임차관급 프로필에서 거의 대부분의 차관급은 배우자의 이름과 자녀수까지 명기하고 있는데 유독 임창열(林昌烈)재경원차관만은 배우자의 이름도,자녀 수도 쓰지 않았다.뿐만 아니라거의 대부분의 배우자 이름을 한글과 한자의 병기 로 기사화했는데,정옥순(鄭玉順)정무2차관의 배우자 천중인씨,김영섭(金永燮)관세청장의 부인 추수자씨,정해주(鄭海주)중기청장의 부인 조신자씨,한덕수(韓悳洙)특허청장의 부인 최아영씨의 경우는 한글만 썼을 뿐 한문을 병기하지 않았다.
사실 이런 기사는 균형감각을 갖고 조금만 신경쓰면 얼마든지 책잡히지 않고 넘어갈 수 있는 이른바.기본'과 관련된 문제라 할 수 있다..기본'에 충실하고.기본'을 익히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임을 새삼스럽게 일깨워 주는 사례라해야 할 것같다.
지난주 문화면(아카데미아)에 실린.화성성역의궤(華城城域儀軌)'영인본출간 관련기사는 이미 다른 신문에 보도된 기사를 상당한시차(時差)를 두고 재탕한 기사였다.다른 신문보다 새로운 내용이나 새로운 기획없이,그리고 뒤늦게 재탕한 까닭 이 어디에 연유한 것인지 궁금하다.문화면이라고 해서 뉴스의 속보성과 경쟁력을 잊는 일이 있어서는 안될줄 믿는다.
(본사고문) 이규행

ADVERTISEMENT
ADVERTISEMENT